2012년 상장폐지된 미리넷으로부터 200억원을 받고 우회상장용으로 기업을 매각했던 포시에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를 ‘상장 면허증’처럼 거래한 포시에스를 재상장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미리넷은 2008년 상장 후 대규모 자금을 모집했다가 사업 부진으로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에게 8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혔다. 포시에스는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미리넷과의 합병배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넣은 정정 증권 신고서를 23일 제출했다.
포시에스 재상장…"200억에 판 회사 16억에 다시 사" vs "요건 충족, 상장 막을 방법 없다"
○1년 만에 ‘팔았다 되사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포시에스의 조종민 대표가 미리넷에 자신의 보유지분 20%와 경영권을 넘긴 건 2008년 4월이었다. 초고속 인터넷 접속장치를 생산하던 미리넷은 상장요건에 미달하자 우회상장용 ‘껍데기 회사’로 포시에스를 지목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계약 체결 전일 종가(5000원)보다 3.6배 높은 1만7930원. 조 대표는 미리넷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데 이어 나머지 보유지분(3.6%) 중 0.8%를 장내 매도해 21억원을 추가로 손에 쥐었다.

미리넷은 그해 7월 포시에스와 합병,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그러곤 15억원을 출자, 기존 포시에스를 떼낸 뒤 100% 자회사로 재설립했다. 1년 뒤인 2009년 7월 미리넷은 포시에스 창업자인 조 대표에게 포시에스 지분 100%를 16억원에 넘겼다. 회사의 자산가치에 변동은 있었지만 조 대표 입장에선 200억원에 판 회사를 16억원에 되산 셈이다.

상장사가 된 미리넷은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2009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553억원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다. 하지만 태양광사업 실패 등의 여파로 2012년 3월 상장폐지됐다. 당시 증권업계가 추정한 투자자 피해액은 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독원, 정정신고서 요구

2009년 7월 포시에스를 재인수한 조 대표는 동부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 재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상장 심사에서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상장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증권신고서를 제출받은 금감원은 포시에스 재상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미리넷과 우회상장한 배경 등을 자세히 적어내라는 정정 요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상장 적격성 심사 권한이 없는 탓에 잇따른 정정 요구 명령을 통해 상장 시점을 늦출 수는 있지만, 상장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일각에선 상장 실질심사를 담당하는 거래소가 ‘질적 심사’ 때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회상장 관련 사실 관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장승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포시에스 관계자도 “미리넷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건 포시에스가 분리된 지 3년 뒤에 발생했다”며 “미리넷 상장폐지는 포시에스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포시에스는 지난 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 매출 128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냈다.

오상헌/이유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