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연말 ‘감사의 걸작전’에 전시된 모영수 씨의 ‘사랑합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연말 ‘감사의 걸작전’에 전시된 모영수 씨의 ‘사랑합니다’.
정물화의 선구자 김재학,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묘사한 정우범, 호랑이를 통해 삶의 재치를 녹여낸 모영수 등 한국 미술의 동네 텃밭을 일궈온 쟁쟁한 작가들이 겨울 화단을 수놓고 있다. 국내 인기 작가들의 전시를 주로 열어온 선화랑이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가 10명의 작품을 모은 연말 기획전 ‘감사의 걸작전’을 오는 31일까지 펼친다.

미술 애호가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마련한 이 전시회는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1, 2층을 털어 김재학 정우범 문형태 모용수 박현웅 송지혜 이영수 등 중진·신진 작가들의 걸작을 걸었다. 출품작은 총 50점. 크기는 2호(25.8×16㎝)~100호(162×130㎝)로 다양하며, 판매 가격도 30% 정도 낮췄다.

전시장은 한국 현대미술의 ‘쇼윈도’처럼 꾸며졌다. 우리 산수를 정갈하게 그린 한국화부터 디지털 시대 생활 풍속까지 아우른다. 구상화가 김재학 씨는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그린 ‘장미’ 시리즈를 걸었다. 분홍색 장미를 문학적 감성과 낭만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수채화가 정우범의 작품 ‘환타지아’ 시리즈도 관람객을 맞는다. 화려한 색과 선의 리듬감이 남도 판소리의 구수한 맛과 흥을 닮았다.

소소한 일상을 마치 일기를 쓰듯 묘사한 문형태 씨 작품도 여러 점 나와 있다. 그림 그리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문씨는 유년시절 경험을 비롯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화면에 재치 있게 표현해 왔다. 왜곡된 형태와 색감은 그가 경험한 일상을 넘어 초현실적인 감성을 잘 드러낸다. 동화적 몽상과 해학이 함께 묻어 있는 모용수의 그림, 어린 시절의 경험과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부조 형태로 되살려낸 박현웅의 작품, 현대인의 삶을 동물 캐릭터로 의인화한 변대웅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부엉이와 뻐꾸기 시계 등 유년시절의 맑은 감성을 형상화한 송지혜, 야생화와 꽃바람을 차지게 잡아낸 이영수의 작품도 볼 만하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그동안 한국 미술을 이끌어온 애호가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인기 화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며 “작가의 명성뿐 아니라 작품의 질에 따라 작품값이 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작을 추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