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벤처기업을 일컫는 스타트업이 미래 성장 산업의 발원지로 주목받으면서 연예계에도 스타트업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JYP 등 내로라 하는 연예기획사는 물론 류승룡 김래원 씨 등 일부 배우까지 개인투자자로 나서고 있다.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연예계에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지분 투자·창업까지…스타트업에 꽂힌 연예인
○연예계 스타트업 투자 바람

지난 8월 YG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YG넥스트를 통해 ‘비트패킹컴퍼니’에 1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모바일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비트’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JYP는 번역 플랫폼 스타트업 ‘플리토’에 구주 인수 방식으로 투자했다. 플리토는 일종의 ‘번역 지식인’ 서비스로 사용자가 번역을 요청하면 전문가들이 번역된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보내준다.

영화 ‘명량’과 ‘7번방의 선물’로 유명한 배우 류승룡 씨도 최근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류씨는 소속사인 프레인TPS 모기업인 프레인글로벌의 여준영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 투자펀드를 조성한다. 류씨는 ‘배달의민족’ 광고모델로 활약하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래원 씨는 패션 및 디자인 관련 제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스타트업 ‘디블로’에 투자했다. 가수 윤종신 씨와 함께 연예기획사 미스틱89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종오 씨는 메시지 회수가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돈톡’의 개발사 브라이니클의 대주주다.

○한류 전파와 콘텐츠 유통

연예계에 스타트업 투자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YG가 투자한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는 지난 10월 사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단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투데이’를 만들어 네이버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시장에서 비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JYP가 투자한 플리토는 작년에 한국은 물론 스위스 대회까지, 참가한 모든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현재 170개국에서 370만명이 이용 중이다.

스타트업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도 투자 요인이다. YG는 비트를 자사 음원의 안정적인 유통 채널로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YG 소속 가수들을 비트의 마케팅에도 활용한다. 이미 ‘악동뮤지션’ ‘위너’ 등이 비트의 라디오 DJ로 활동 중이다. 플리토는 음악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이다. 플리토가 인기를 끈 것은 동남아 한류 팬들이 한류스타의 트위터 번역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370만 플리토 사용자 중 200만명 정도가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미국 등 K팝이 인기를 끄는 지역에 집중돼 있다. JYP는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 플리토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할리우드도 벤처 투자 열풍

연예계 스타트업 투자 바람의 진원지는 할리우드다.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는 벤처캐피털리스트(VC)로 불릴 정도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09년 화상전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후 위치기반 SNS ‘포스퀘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플립보드’ 등에도 투자했다. 가수 겸 배우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SNS ‘마이스페이스’에, 레이디 가가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턴테이블에프엠’에 투자했다.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는 아예 스타트업을 차렸다. 그는 2012년 친환경 유아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어니스트컴퍼니’를 열었다. 싼 가격에 친환경 유아용품을 판매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알바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독성이 없고 안전한 유아용품을 찾다가 직접 창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