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랜드 폴
‘대권주자’ 랜드 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3년 만에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전격 선언하자 공화당 내에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승리하고도 정국 주도권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당내 분열 조짐마저 보이기 때문이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은 1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여년간 지속된 쿠바 봉쇄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국교 정상화 선언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폴 의원의 ‘오바마 지지’ 발언은 공화당 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존 베이너 의장
존 베이너 의장
이는 전날 존 베이너 하원의장,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 등이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한 것이다. 백악관은 얻은 게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을 쿠바에 양보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한 것과 정반대 기류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에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지지하고 있는 인사는 폴 의원뿐만 아니다.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애리조나), 제이슨 샤페즈 하원의원(유타), 마크 샌퍼드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정부 관리의 말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여행 무역 금융 등에 관한 대(對)쿠바 제재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회의 법률 개정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우선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6개의 법률을 통해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 이후 중국과의 온실가스 감축 합의, 이민개혁에 대해서도 의회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행정명령을 동원했다. 이민개혁의 경우 적지 않은 공화당 인사들이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유산(legacy) 만들기’ 차원도 있지만 공화당을 흔들어 놓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을 차단하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오바마의 광폭 행보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