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운영위 소집' 입장차…野 사실상 부분 보이콧
野 "운영위 선결돼야" vs 與 "직무유기·의정농단"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주요 경제·민생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연말 임시국회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사흘 만에 사실상 파행했다.

여야는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긴급 현안질문에서 1차 격돌한 데 이어 17일 국회 운영위 개최 등을 놓고 또다시 대치전선을 형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운영위 소집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창조경제활성화특위도 야당의 불참으로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다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만 예정대로 열렸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날 비상의총에서 국회 운영위 소집과 청문회 개최가 수용되지 않으면 18일로 예정된 법사위도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는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에서 법사위 개최 거부는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는 길목을 막겠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은 의사일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 등을 우려해 법사위 등 부분적인 보이콧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 국회 파행은 18일 이후까지 이어지고 특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임시국회가 전면 파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비상의총에서 검찰 수사를 청와대의 '하청수사'라고 주장하며 운영위 소집과 청문회 개최,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즉각 사퇴,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국회 운영위 소집과 청문회 개최는 정상적 임시국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이자 선결요건"이라면서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야당의 특검이나 운영위 개최 요구도 현단계에서는 불가하다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이번 임시국회는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민생국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큰 직무유기이고 의정 농단"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이 운영위 소집에 응해주지 않으면 전체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경제민생법안을 볼모로 삼아 정략적 공세를 이어가려는 새정치연합이 과연 책임 있는 제1 야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여야 '2+2 연석회의'에서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위 설치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 등도 여야 이견으로 진전없이 겉돌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통해 협상을 이어갔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가 29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키로 한 부동산관련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여야간 대치로 본회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이 내놓은 민생법안은 부동산투기조장법 아니냐"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