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무역통계의 착시
무역통계를 보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떤 지표는 실제보다 너무 적고, 어떤 통계는 과대평가돼 있어서다. 같은 지표를 산출하면서 다른 기준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 지표를 아주 엉뚱하게 해석하는 일도 있다.

전체 기업 중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형적인 과소평가 사례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수출기업 수는 중소기업을 포함해 2011년 8만5196개, 2012년 8만8799개, 2013년 9만838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지만 수출기업 비중은 2011년과 2012년에는 2.6%, 2013년엔 2.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세계 7위 무역대국으로서는 초라한 수치다. 그러나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통계청의 전국 사업체 수를 분모로 쓰는 것이 문제다. 수출과는 거리가 먼 동네슈퍼, 식당 같은 자영업체에다 지자체 등 비법인 단체, 같은 회사의 여러 공장과 지사까지 포함돼 있는 탓이다. 기업의 수출화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40여만개인 회사법인만을 대상으로 수출 비중을 산출하면 2012년은 20.9%, 2013년은 19.8%로 올라간다.

수출기업수조차 제각각

게다가 수출기업 수 자체가 관세청에 내는 수출신고서 상의 사업자번호 기준(화주)이냐, 법인 기준(수출 명의자)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업체가 많게는 10개 넘는 사업자번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이 과연 몇 개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정도다. 기초 통계에조차 심각한 오류가 내재돼 있는 것이다.

세계 1등 품목 수도 마찬가지다. 무역협회 분석으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2012년 기준으로 6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업부는 143개나 된다. 산업부는 올해는 154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무협은 품목을 국제 관행에 맞춰 HS(국제통일 상품분류) 6단위로 구분하지만 산업부는 10단위로 더 세분화한 데 따른 결과다. HS 6단위로 구분하면 품목 수가 5364개지만, 10단위를 쓰면 1만1301개로 불어난다. 품목을 10단위로 더 잘게 쪼개면 수출이 잘되는 품목 수도 늘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국가 간 비교가 불가능하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는 현실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역의존도는 명칭 바꿔야

무역의존도란 지표는 또 어떤가. 수출·수입 합산액을 국내총생산(GDP), 또는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것이 무역의존도다. 무역액이 많으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4곳이 한국(102%, 2013년 GDP 대비)보다 높다. 룩셈부르크가 371%나 되는 것을 비롯해 벨기에(164%) 네덜란드(155%) 등 유럽의 대표적 강소국인 베네룩스 3국만 해도 한국보다 훨씬 높다. 물론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무역의존도가 높아 경제에 무슨 큰 변고라도 생길 것처럼 야단이다. 사실 매출 개념인 수출과 부가가치 합계인 GDP와 비교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무역활용도나 무역기여도 같은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한다.

한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3년 뒤에도 잘나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수출을 잘하고 무역 규모도 늘리려면 길잡이가 되는 기초통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무역통계의 착시는 위기에 대한 둔감증을 키울 뿐이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