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3년 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될 전망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신 대기업들이 막걸리를 제조하는 중기와 자율협약을 맺고 공동브랜드화 및 연구개발(R&D)을 하도록 지원키로 했다(한경 12월4일자 A17면)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막걸리를 사실상 적합업종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이라고 본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업계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적합업종 폐지로 결정하면 될 것을 공동브랜드는 뭐고, 공동개발은 또 뭔지 모르겠다.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할 마케팅 전략까지 동반위가 간섭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경영전략까지 짜주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 능력을 동반위가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규제라는 것은 한번 만들어지면 이렇게 쉽게 오류를 수정하기 어렵다. 아차 싶어 폐지하게 되면 처음부터 잘못된 규제였다는 것이 드러날까봐 자꾸 무언가의 예외와 변칙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이리저리 구실을 붙여 구겨진 체면도 살리고 업자들의 요구도 은근히 만족시켜 주는 수없는 꼼수가 행정행위를 지속적으로 누더기로 만들어 간다. 이런 일을 잘하면 유능한 당국이 된다.

우리는 중기적합업종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을 계속 지적해왔다. 막걸리만 하더라도 2011년 국내 출하량이 44만3778kL에서 지난해 37만8606kL로 줄었다. 대기업의 자금과 유통망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방법도 사라졌다. 국순당 서울탁주 등이 70%의 시장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두고 800여 소형 업체가 혈투를 벌이는 구조로 변하고 만 것이다.

막걸리가 지정 해제됨으로써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시장에서 결코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됐다.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시장 생태계가 살아난다. 칸막이를 쳐놓고 국내 대기업은 막으면서 외국 대기업은 규제하지 못하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회사까지 중소기업으로 안주하게 만든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규제 기요틴(단두대)에 올려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