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짧으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채권형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재테크 시장에서 단기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단기 국공채펀드 설정액 5년 만의 최고

요즘 재테크 좀 한다는 사람들, 단기 채권상품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국공채펀드 설정액은 지난 1일 기준 26조4099억원으로, 작년 말(21조6108억원) 대비 22.2% 늘어났다. 설정액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했던 2009년 11월(27조3909억원)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단기 국공채펀드는 하루만 맡겨도 연 2% 이상 금리를 주는 머니마켓펀드(MMF)를 주로 편입하고 있지만 3개월 내 환매하면 수익금의 최대 70%까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표적인 단기 채권형펀드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우리단기국공채펀드’ 순자산은 3일 1조45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 합류했다. 지난 2월 설정된 지 9개월 만이다. 설정 후 수익률은 2.45%다. 윤수영 키움운용 대표는 “1억5000만원에서 시작한 국공채펀드가 1년도 안 돼 키움운용의 첫 번째 1조원 펀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투자할 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시중 뭉칫돈이 단기 채권으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키움운용의 단기 국공채펀드가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다른 운용사도 비슷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10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이다스자산운용 등이 단기 국공채펀드를 새로 만들어 자금 몰이에 나서고 있다.

○채권형펀드 순자산, 주식형펀드 초과

증권사 역시 만기가 짧은 채권을 유동화해 프라이빗뱅킹(PB) 창구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만기 1년3개월짜리 ‘삼성물산 재개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팔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신길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과정에서 발행한 채권을 유동화한 저위험 상품이다. 표면금리는 연 2.28%로, 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ABS 보유자가 급전이 필요하면 유통시장에서 팔 수 있어 현금화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권용수 삼성증권 온라인마케팅팀장은 “채권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어 8월 온라인 채권 창구를 개설했다”며 “중·단기 국공채와 함께 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ABS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채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권형펀드의 순자산도 7년여 만에 주식형펀드를 눌렀다. 국내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지난달 63조4105억원으로, 국내 주식형펀드(62조5647억원)를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주식형펀드에서 2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형펀드엔 2조원 가까이 몰렸기 때문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장은 “연 3~4% 금리를 주는 특판형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전자단기사채가 판매 개시 직후 동나는 것도 단기 채권의 인기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