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이사철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거래 크게 줄고 있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겨울방학 이사철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거래 크게 줄고 있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2~3주일 전부터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가끔 오는 수요자들은 올가을 오른 시세보다 8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을 원하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안됩니다.” 서울 잠실동 엘스 아파트 인근 대성공인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를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5678가구의 이 단지 전체에서 11월 계약은 단 한 건 신고되는 데 그쳤다. 이 단지의 지하철과 가까운 고층·남향(전용 84㎡)은 한 달 전까지 10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9억원대 초반의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서울 집 매매 급감…가격도 떨어져

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될 시기지만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거래 분위기는 한산하다. 반포동 2444가구 단지인 래미안퍼스티지는 11월 중 매매계약 신고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반포동 현대공인의 안성익 대표는 “집이 당장 필요하면서 금전적 여력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지난 8~10월에 집을 샀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세입자 중 상당수는 인근에서 새로 나올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 주요 대단지들도 마찬가지다. 2830가구 상계동 주공9단지도 11월 계약(계약일 기준)은 단 한 건에 그쳤다. 상계동 고구려부동산랜드 관계자는 “가격이 여름에 비해 약간 올라간 상태로 거래가 멈춰섰다”며 “낡은 집을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9~10월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절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가끔 거래는 성사되지만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의 42㎡는 9월 중순 7억2000만원까지 올랐지만 10월부터 호가가 내리기 시작해 최근 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는 11억6000만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최근 10억80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분양가 상한제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돼 시장 분위기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는 “단지 내 다주택자들은 올해 말까지 재건축 인허가(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하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하락했다.

◆엇갈리는 시장 전망

정부의 담보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효과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서울의 경우 50%(은행·보험사)로 묶여 있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20%포인트 완화했다.

향후 서울 아파트시장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내년 입주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아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거래 부진은 본격적인 겨울방학·연말 이사철을 앞두고 일시적인 침체를 겪는 것”이라며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는 내년 봄이면 다시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인구 정체와 노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주택가격은 박스권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투자 수요는 신규 분양 아파트와 상가에만 몰리고 있어 기존 집값이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