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청년 피카소 찾기 '2014 카우지'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원래 문화 예술에서 근본이나 본질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단순, 간결하게 표현하는 양식이다. 한 청년이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멋진 디자인으로 서울에 앉아서 애플에 취직한 사례가 최근 SNS에 올랐다. 토종 대학생 김윤재 군의 성공담이다.

남대문과 일본의 성, 택시와 지하철…. 디자인 전공자인 김군은 틈날 때마다 작은 아이콘을 그렸다. 깜찍한 디자인에 이미지도 선명했다. 불과 몇 개의 선일 뿐인데 빅벤의 모습 그대로다. 사진보다 나은 타지마할의 아이콘도 있다. 그는 자기 작품들을 특정 사이트에 공개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계 1등 기업에서 일하러 오라는 제안이었다. 아이까지 딸린 28세 이혼녀, 복사비조차 없어 8만 단어를 하나하나 타이핑해야 했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성공기만큼이나 감동적이다.

통영의 달동네 동피랑이 벽화로 지역관광산업을 주도하는 명소가 된 데도 미술학도들이 단단히 기여했다. 청년들의 창의성과 열정이 제대로 폭발한 성공사례다. 프랑스가 패션과 디자인의 메카로 우뚝 선 것도 무수한 미술학도들이 저변을 깔아줬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 세계에서 몰려든 파리 곳곳의 무명 화가들이 문화예술적 토대를 형성했기에 예술이 산업화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거리의 무명 작가는 어느날 순수예술(?)을 버리고 샤넬이나 에르메스, 혹은 루이비통에 취업해 ‘외도’를 한다. 이런 재야의 고수가 정규 고등교육을 받은 예술학도들과 융합하면서 프랑스의 예술과 디자인산업은 한걸음 앞서간다.

미술도 디자인도 이젠 전시장과 박물관에 갇힌 예술이 아니다. 주택에서부터 온갖 생활용품, 자동차와 전자제품까지 모든 산업에 디자인은 기본이다. 공학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지도 오래다. 얼마나 제대로 융합하느냐에 우리 산업의 미래도 달렸다.

청년 작가들이 꿈과 끼를 한껏 발산하게 해줘야 한다. 내일까지 서울 학여울역 SETEC에서 열리는 미술대학 연합 졸업작품전시회(2014 카우지·KAUGGE)도 그런 무대다. 건국·경기·동국·중앙 등 11개 대학 148명의 젊은 예술가가 개성을 뽐낸다. 9개 해외대학의 신예 작가도 12명 동참했다. ‘미술인의 첫 시작!’이라는 주제부터 힘차다. 졸업전으로 새내기 예술가들이 데뷔 무대를 삼으며 중소기업과 공동작업도 시도한다. 젊은 기운을 듬뿍 받아들일 좋은 기회다. 혹시, 모른다. 미래 대작가의 초기 작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을지도. 저 미술학도들 중에 피카소도 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