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세율보다 무서운 비관세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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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설 산업부 기자/상하이 surisuri@hankyung.com
![[취재수첩] 관세율보다 무서운 비관세장벽](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02.7388093.1.jpg)
중국 바이어들의 열기와 대조적으로 한국 기업인들은 다소 뜨악한 표정이었다. 마스크팩 생산업체인 제닉의 김종길 중국법인장은 “한·중 FTA 이후 중국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데 관세율 인하 일정 같은 내용을 알 수 없어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더 큰 문제는 비(非)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완제품 관세율만 내리거나 철폐하면 중국과 무역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마스크팩 같은 화장품의 중국 관세율은 6.5%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닉을 비롯 아모레퍼시픽 같은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완제품 관세율 인하 혜택을 거의 볼 수 없다.
색조화장품 전문 업체인 리오엘리의 송명규 중국법인장은 “완제품 관세율보다 20%인 수입 원재료 관세율을 인하하고 비관세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사람들은 한국 제품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품질만 좋으면 반드시 살 것”이라며 “한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을 허가해주는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게 가장 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화장품이나 식품을 판매하려면 당국의 위생허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이 위생허가를 받으려면 최대 1년까지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을 중국산 제품(2개월) 정도로 줄여주지 않으면 완제품 관세율을 낮춰줘도 마케팅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고 했다.
정부가 무역 현장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들어봐야 한·중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깜깜이 FTA’도 문제지만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뒤따라야 무역인들이 기를 펴고 중국 시장을 누빌 수 있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