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훈장, 퇴행성관절염 극복하려면…
찬바람이 부는 계절,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그 통증이 더 심해진다.

등산과 축구와 같은 야외활동을 하다 발목을 다치거나 무릎의 십자인대 및 연골판이 파열되어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더 높아진다. 관절염은 습도와 기온에 민감하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지면 그 통증이 높아지는데 흔히 “무릎이 시리다”, “팔, 다리가 욱신거리는 것 보니 비가 오겠다”라는 말들도 과학적으로 보면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된다.

무릎 관절염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수는 2009년 235만명에서 2013년 267만명으로 5년 새 약 32만명이 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의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더 높아 여성의 고령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관절염 환자 비율도 여성이 80% 가깝다.

중년 여성들이 무릎관절질환에 약한 이유는 바로 폐경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줄어 들지 않는 가사노동 때문이다. 여성들은 누구나 폐경기를 경험한다. 최근 점차 폐경을 하는 시기가 빨라 지고 있어 4~50대에 폐경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성이 폐경기를 지나면서, 그와 함께 골 밀도가 감소하고 다양한 무릎관절 질환 발생 확율을 높인다. 또한 여성들은 집안일을 평생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는 여성들이 관절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의 대표적 증상은 관절의 통증과 변형이다. 심한 경우 무릎이 아프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어 일상생활이 힘들고 밤엔 잠을 자는 것 조차 힘들다.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은 노화에 따른 관절 변화, 과체중,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 주위 뼈 질환 및 근육 약화, 관절의 신경 손상 등이다.

무릎 관절염 증상은 연골의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중기·말기로 나눈다. 초기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프고, 연골 손상이 경미하다. 중기에는 앉았다 일어날 때, 양반다리를 하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올 수 있고 이유 없이 무릎이 붓는다. 말기에는 걸을 때 통증이 심하고 밤에도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하며 심한 경우 O자형으로 다리 모양이 바뀐다.

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은 “관절염 치료는 초기라면 약물, 물리, 재활,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로도 호전된다. 중기에는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관절을 다듬고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며 “관절염 말기에는 관절을 교체하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데, 퇴행성 관절염은 과거에는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도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이어 “관절에 이상이 느껴지면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자가 관리를 꾸준히 하면 관절염이 장애나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우개처럼 쓰는 만큼 닳는 조직인 연골은 스스로 치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생되지 않아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병원장은 “그 동안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됐지만 연골이 많이 닳아 없어진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대혈에서 유래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에는 연골이 일정 부분 닳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서도 연골 재생 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년에도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지 않고도 건강한 무릎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아끼며 사용해야 한다. 젊을 때는 무릎과 발목 관절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무릎의 십자인대, 반월상연골판은 가벼운 운동 중에도 파열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만은 무릎에 하중을 줘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중년 이후에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종목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수영, 천천히 걷기, 실내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 운동에 앞서 전신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절염이 진행 중인 중.장년층은 무리한 등산을 피하고 허벅지 근력을 키우면 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쪼그려 앉는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 지나치게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 역시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관절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천천히 진행된다. 외부적인 영향으로 그 속도가 빨라 질 수 있지만, 시간과 인생의 훈장처럼 그 무게도 더 해지는 것이 퇴행성관절염이다.

김 병원장은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평소 꾸중한 운동과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찜질등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가 생각 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월의 훈장을 더 멀리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통증을 발견 할 때 가볍게 생각하기 보단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관리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