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그룹, 방산·화학 '빅딜'한 까닭 …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
[ 정형석·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빅딜에 나섰다. 두 그룹 모두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딜은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핵심 역량 강화를 노리던 한화그룹과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중이던 삼성그룹의 비주력 사업 정리에 대한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됐다.

한화그룹은 26일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지분 포함 81%. 자사주 제외) 등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매각 금액은 총 1조9000억 원 규모다.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400억 원에 인수한다.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 원에 매수한다. 옵션으로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1000억 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한화그룹은 상장회사인 삼성테크윈의 지분 32.4%를 확보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50%도 보유해 한화그룹은 삼성탈레스의 공동경영권도 갖는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3.4%(자사주 제외)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와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까지 합치면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총 81%(자사주 제외)를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또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의 지분 50%도 보유해 한화그룹은 삼성토탈의 공동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 삼성, 내부 재편 아닌 이례적 매각…"비주력 정리·핵심역량 강화"
삼성·한화그룹, 방산·화학 '빅딜'한 까닭 …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
삼성그룹의 이번 빅딜은 삼성 내 방산과 화학 사업군을 꿰뚫는 계열사 집단을 통째로 매각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재계 역시 삼성전자가 단위 계열사가 아닌 '조' 단위에 달하는 계열사업군을 다른 기업에 넘기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간 일련의 삼성 사업 재편은 내부 조직구조와 사업 경험을 안배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향후 '선택과 집중'은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칼로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진 삼성그룹 사업재편 역시 외부 매각이 아닌 내부 사업정리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4개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는 단순화하고, 계열사 간 중첩된 사업은 합치고 폐지해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오랜 직물·패션 사업은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미래사업인 제일모직의 첨단 소재 영역은 삼성SDI와 합병해 사업재편 신호탄을 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이어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한 뒤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로 이관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삼성종합화학는 삼성석유화학과 합병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 발표도 이어졌다.

잇따른 사업 재편 중 외부 매각은 지난해 삼성코닝정밀소재를 미국 코닝사에 판 게 유일했다. 제일모직에 차세대 재료 부문을 집중시키는 차원에서 삼성정밀화학부문 내 전자재료 부문을 구조조정한데 따른 결정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전자와 사업 연관성과 시너지가 낮은 상황에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코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한화그룹, 방산·화학 '빅딜'한 까닭 …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수
차세대 성장 방향과 동떨어지고 있는 방위산업 등 비주력 사업 부문의 경우 외부로 과감히 매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매각 대금으로 전자 및 금융, 정보기술(IT) 등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매각 대금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늘려 계열 지배력을 늘릴 수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그룹 내 지배력 및 위상 강화도 더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매각 대금으로 자사주 매입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며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 아닌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측면이 맞다"고 강조했다.

◆ 한화그룹, 방위사업·석유화학 '1위'로…사업 재편 일단락

한화그룹은 이번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 60여년 한화그룹의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규모로 격상시켰다.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 원 에서 약 2조6000억 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가 18조 원에 달해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일단락했다. 주요 사업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신년사를 통해 "각 계열사는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기업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길 바란다" 며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냉철한 잣대로 평가하고 원점에서부터 사업구조를 합리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고 석유화학 및 태양광 사업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 강화함으로써 관련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 한화그룹 "방위사업 확대…기계·로봇사업 시너지 기대"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계기로 방위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차세대 방위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게 됐다.

삼성테크윈의 사업영역 중 하나인 로봇 무인화 사업 육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올 10월에 합병한 기계부문(舊 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통합해 공장자동화,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설비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국방용 무인기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영상처리 및 정밀제어기술,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중장기적으로 무인시스템과 첨단 로봇 사업 분야 등으로도 적극 진출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도 확보하게 됐다.

◆ 한화그룹,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원가경쟁력 제고·제품 다각화"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 석유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은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 톤으로 증대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춰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 측면에서도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 뿐만 아니라 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성장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빅딜은 IMF 외환위기 이후 조 단위 규모의 자발적 대기업 그룹사 간 매각·인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저마다 글로벌 경쟁 격화로 사업군 재편을 고심하는 시점에서 공적 개입이 아닌 자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인수·매각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김민성 기자 chs8790@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