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전 삼성전자 인사팀장이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할 인사혁신처장(차관급)으로 발탁되면서 정·관계 주요 인사를 배출한 삼성의 인재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글로벌 1등’ 경험이 삼성 임원들의 잇따른 공직 진출 배경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임원 중 장·차관 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남궁석 전 삼성SDS 사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12월 정보통신부 장관에 입각한 게 처음이다. 남궁 전 사장은 정통부 장관을 거쳐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장관급)을 지냈다. 앞서 이필곤 당시 삼성중국 본사 대표이사 회장이 서울시 부시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어 2003년 진대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노무현 정부 첫 정통부 장관에 발탁됐다. 한동안 장관직 제의를 고사한 진 전 사장 영입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입각 과정에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일부를 포기했다. 진 전 사장은 기업인 출신답게 대통령 업무보고를 문서가 아닌 파워포인트로 진행해 당시 공직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한동안 뜸했던 삼성 출신의 공직 진출은 2010년 3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현 KT 회장)이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장(장관급)에 임명되면서 재개됐다.

황 전 사장은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제시해 유명세를 탔다. 당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현 정부에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삼성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신인 최 장관은 지난해 8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다 올 6월 장관에 발탁됐다.

고위 공직에 삼성 출신이 잇따라 발탁되는 것은 변혁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인물은 기본적인 실력과 함께 도덕성, 효율적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며 “세계시장에서 1등을 해본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