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증권(ETN), V-KOSPI200선물 등 신생 파생상품들이 17일 거래 첫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거래가 크게 일어날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이날 거래량은 기대 이하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새 상품들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려면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변동성 큰 ETN, 파생시장 구원투수 될까
○ETN, ‘ETF의 대항마’ 될까

6개 증권사가 내놓은 ETN 10종의 이날 거래대금은 6550만원으로 집계됐다. 간판급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레버리지의 이날 거래대금이 2219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기존 상품들과 유사해 이해가 쉬운 삼성증권의 ‘Perfex 고배당 유럽주식(H)’이 2810만원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나머지 상품들의 거래대금은 수백만원대에 그쳤다.

ETN은 ETF의 라이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초지수의 등락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주식처럼 장내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ETN은 선물 등 파생상품, 환율 등과 관계된 상품이 많아 세밀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거래량이 적지만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가격대별로 촘촘하게 호가를 내주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ETN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기존 ETF와 차별화된 전략형 상품에 쏠려있다. 변동성이 높은 대형주 10개에만 투자하는 우리투자증권 ‘Octo 빅볼’이 대표적이다. 하루 변동성이 지수의 2배만큼 움직이는 KODEX레버리지보다 크다는 게 이 상품의 특징. 개별 종목 투자는 꺼리면서도 ‘한 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겨냥할 수 있는 상품이다. SK하이닉스의 편입 비중이 30%로 가장 높고 네이버가 25%다. 우리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부터 ‘빅볼’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주식연계증권(ELS)을 내놓으며 자사 ETN 띄우기에 나설 계획이다.

요즘처럼 달러화 대비 원화가 약세이면서 지수도 약세인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신한금융투자의 ‘USD K200 선물 바이셀’이 제격이다. 코스피200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달러 선물을 매수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반대 상황을 가정한 ‘K200 USD 선물 바이셀’도 이날 함께 상장됐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ETN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폭락장 대비 수단 생겨

이날 첫선을 보인 선물, 옵션 상품 중에선 코스피200지수의 한 달 후 변동성을 맞히는 V-KOSPI200선물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상품은 ‘증시 예측 지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에 거래되는지, 거래량이 얼마인지 등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한 달 후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어서다. 이날 개인과 기관 모두 매도 우위였다. 지수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박스피’(박스권에 머무는 코스피를 빗댄 말)가 연출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선물은 활용도가 높은 상품”이라며 “증권사의 ELS 설계가 손쉬워져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고, 이 상품을 기반으로 한 ETN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섹터지수 선물은 업종별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를 맞히는 상품이다. 업종 ETF와 함께 투자하면 차익거래(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수익거래)가 가능하다. 에너지·화학, 금융 등 업종별로 4개 상품이 있다. 주식옵션은 2011년 7월 이후 거래가 없었던 시장을 리모델링을 통해 되살린 사례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 10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