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카까지 동원 > 일부 인기 지역에서 청약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들의 청약통장 불법거래와 위장 결혼 및 입양 등 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새벽 당첨자가 발표된 부산 연산동 ‘래미안 장전’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분양권 전매를 겨냥한 떴다방들이 몰려 있다. 부산=김동현기자
< 캠핑카까지 동원 > 일부 인기 지역에서 청약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들의 청약통장 불법거래와 위장 결혼 및 입양 등 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새벽 당첨자가 발표된 부산 연산동 ‘래미안 장전’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분양권 전매를 겨냥한 떴다방들이 몰려 있다. 부산=김동현기자
지난 5일 밤 11시께 부산 연산동 ‘래미안 장전’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좁은 길은 전등불을 밝힌 50여개 이동식 파라솔들로 가득찼다. 인근 대로변에는 100여대 차량이 일렬로 늘어섰고 시간이 지나자 1000여명이 몰려 불야성을 이뤘다. 전국에서 몰려든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과 분양권 매매 희망자들이었다.

이들이 한밤중에 이곳에 모인 것은 ‘래미안 장전’ 아파트 당첨자 발표 시간(6일 0시)에 맞춰 분양권을 전매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만난 한 떴다방 관계자는 “부산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어 3~4개월 전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분양 현장을 돌고 있다”며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청약통장도 미리 매입해 뒀지만 이번 현장은 전국 최고 통장들이 모이는 곳이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분양대행사가 밝힌 전용 84㎡A형 가점 1순위 당첨자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무주택 10년 이상에다 부양가족 수가 5명 이상 돼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6일 0시가 되자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청약 결과가 공개되는 금융결제원 사이트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당첨이야 당첨!” 곳곳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엇갈렸다. 중개업자들은 수첩이나 프린트물을 들고 미리 확보한 고객들의 당첨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분양권 거래는 쉽게 성사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첨자들이 매도 호가를 높게 부르면서 선뜻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형성된 웃돈(프리미엄)은 지상 1~2층이 5000만~6000만원, 상층부는 7000만~8000만원까지 호가했다.

또 다른 떴다방 중개업자는 “지상 1층과 꼭대기층의 분양가 차이가 5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1층에 피(프리미엄)가 5000만원 붙어도 매수자에게 손해는 아니다”며 “대부분 분양권이 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선 공공택지지구를 제외하고는 전매 기간 제한이 없어 분양권 전매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분양권 거래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됐다. 분양계약 1년 안에 분양권을 전매하면 매도자가 수익의 5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웃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면 세금 2500만원이 부과된다. 부산 장전동에서 왔다고 밝힌 김모씨(60)는 “이 아파트 입지가 좋아 분양권을 사고 싶어 떴다방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거래된 프리미엄의 30~35% 수준으로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며 “거래 가격을 너무 낮게 쓰면 세무서에서 정밀 조사에 나설 우려가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국세청도 삼성물산에 당첨자 명단을 통보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