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일리노이주 주지사 선거에서 정치초년병인 억만장자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소속의 현역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일리노이주지사 개표 결과 공화당 소속의 벤처투자사업가 브루스 라우너(57) 후보가 51%(약 180만표) 득표율로 승리했다.

민주당 팻 퀸 일리노이주지사(65)는 46% 지지를 얻는데 그쳤으며 자유당 채드 그림 후보의 득표율은 3%였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번갈아 시카고를 방문해 퀸 주지사 지원 유세를 적극 펼쳤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라우너는 미국 최악의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일리노이 주정부 운영에 기업 경영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를 제한하고, 세금은 인하하되 교육기금은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라우너는 특히 민주당 충성도가 높은 시카고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시카고지역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승기를 굳혔다.

반면 퀸 주지사는 라우너에게 정치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일리노이 재정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라우너는 이번 선거에 캠페인 기금(6천600만 달러)과 별도로 개인 돈 2천600만 달러(약 28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언론은 이번 일리노이주지사 선거에서 민주·공화 양측이 방송광고에 쏟아부은 돈만 1억 달러(약 1천100억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라우너는 올초 공화당 경선 캠페인 기간 "최저임금을 낮춰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리노이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하 공약을 내걸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그는 "민주당이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며 계급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기업을 번영의 원천으로 인정해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우너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기업 'GTCR' 회장을 거쳐 'R8 캐피털 파트너스'(R8 Capital Partners)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작년 소득 신고액은 총 5천300만 달러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