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 다수의석 확보로 주도권 장악…상임위원장 독차지
극한대치 땐 책임론 불가피…2년후 상원 지키기도 난제


미국 공화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낚으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간 정국을 좌지우지할 주도권을 쥐게 됐다.

하원은 물론 상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하게 의회를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앞길이 장밋빛 전망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공화당의 승리라기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패배로 규정할 수 있고 공화당 또한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중간선거 이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이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

아울러 2년 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가 훨씬 많은 상황이어서 다시 민주당에 상원 다수당 지위를 내줄 공산이 크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공화당, 상원을 접수하다 =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 특히 상원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은 몇 가지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및 유권자의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성격이 짙다.

재임에 성공한 집권 2기 대통령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인 것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인 유색 인종과 젊은 층, 여성 등이 대선보다 중간선거에 무관심한 것도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이 상당수 은퇴하면서 이들을 대체할 좋은 후보를 내지 못한 반면, 공화당은 극우 강경 세력인 티파티(teaparty)의 지원을 받는 후보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합리적 보수'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공화당이 이긴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2년 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 때 토드 아킨(공화·미주리) 후보가 "진짜 강간을 당한 여성은 임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실언해 다 잡았던 상원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헌납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그런 말실수도 거의 없었다.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점유한 외교위, 군사위, 세출위, 금융위 등 '슈퍼 A급'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되찾게 된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의원이 맡았던 상원 외교위원장은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테네시) 의원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위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이 당내 서열 3위임에도 수장을 맡기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현재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환경공공사업위원장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다수당이 된 공화당 원내대표 자리는 이번 선거에서 기사회생한 미치 매코널(켄터키) 대표가 당분간 그대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도 공화당이 의석수를 늘린 만큼 존 베이너(오하이오) 의장-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원내대표-스티브 스캘리스(루이지애나) 총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하원 주요 상임위의 경우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은 유임하고 군사위는 하워드 매키언(캘리포니아) 위원장이 은퇴했기 때문에 서열 2위인 맥 손버리(텍사스) 하원의원이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양날의 칼을 잡다 = 공화당으로서는 양원을 모두 장악한 게 오바마 대통령의 잔여 임기 기간 정국 주도권을 쥐면서 2년 뒤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당장 선거가 끝나고 12월 중순 휴회하기 전까지의 '레임덕 세션'에 2015회계연도 예산안과 국방수권법안 처리 등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과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직후 이민개혁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 뻔해 이를 놓고도 극한 대치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와 같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라도 일어난다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

아울러 2년 뒤 대통령 및 상·하의원 선거 때는 정권 교체를 통한 백악관 탈환과 함께 상·하원 다수당을 수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지만, 이것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화당에 대권 잠룡들은 많지만,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에 맞서 승리를 낙관할 수 있는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이번 중간선거와 달리 2016년 상원의원 선거 대상은 공화당 의원이 현역인 곳이 23석이고 민주당은 9석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가 2010년 중간선거 때 반(反) 오바마 정서와 티파티 바람을 등에 업고 상원에 입성한 보수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라는 게 공화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 론 존슨(위스콘신), 롭 포트먼(오하이오), 마크 커크(일리노이) 의원 등이 재선에 성공하느냐가 공화당이 상원 다수 의석을 유지할지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도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강경파와 열린 정당을 지향하는 정통파가 대립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공산도 얼마든지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