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영업익 86% 감소…루멘스도 부진 예상
형광등이나 백열등을 포함한 기존 조명을 LED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국내 LED 기업들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매출과 수익성 모두 나빠지고 있다.
○LED 기업 ‘어닝 쇼크’
국내 대표적 LED 패키지 전문기업인 서울반도체의 3분기 영업이익은 43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5% 줄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1.8%에서 올해 1.9%로 급감했다. 당초 회사가 제시한 영업이익 예상치 160억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매출(3분기 2301억원)도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사진)은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늦어진 데다 연구개발(R&D) 비용과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LG이노텍은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1029억원)을 냈다고 발표했으나 주가는 하한가 근처까지 급락(지난달 29일)했다. 카메라 모듈과 전장부품은 실적이 좋았지만 적자 사업부인 LED의 ‘턴어라운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증권사들은 LG이노텍의 LED부문 영업적자가 3분기에만 100억원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최소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주 실적 발표 예정인 LED 전문기업 루멘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감소(80억원 안팎 예상)한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
LED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의존해온 태양광 산업과 달리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성장 산업’이다. 예컨대 LED 조명기기 완제품을 생산하는 필립스는 3분기 매출이 6억7600만유로(약 9050억원)로 전년 동기(5억2400만유로·7016억원)보다 29% 증가했다.
미국의 LED 조명기업 애큐티브랜즈와 GE라이팅의 매출은 각각 164%와 59% 급증했다.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전기 소비가 적은 LED등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LED 조명기기 업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이들에게 칩이나 패키지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LED 부품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LED 칩과 패키지 등을 납품하는 대만의 에피스타는 2분기 매출이 34% 늘었다. 대만 에버라이트도 이 기간 중 매출이 29% 증가했다.
○중국 산업보조금 논란
매출이 늘어난 대만 LED 부품기업은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둔 곳들이다. 중국 정부는 LED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국 업체는 물론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관련 장비를 사거나 돈을 빌릴 때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LED 칩 패키지 업체인 사난 옵토일렉트로닉스는 작년 하반기에만 1억2560만위안(약 220억원)의 보조금을 푸저우와 샤먼 등 지방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고 공급에 나서면서 LED 부품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LED 리서치업체인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소비전력 1W 이하 실내 조명용 LED 패키지(미드파워 LED 패키지) 가격은 지난해 안정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급락하고 있다. 작년 3분기 0.09달러였던 패키지 가격은 올해 3분기 0.074달러로 17% 하락했다.
유태경 루멘스 회장은 “중국 LED 부품업체들은 경쟁사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은 데다 장비를 사는 데 보조금까지 지원받아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생산단가가 국내 기업과 비교할 수 없게 낮다”며 “사실상 불공정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국내 LED 기업들이 각개전투하는 식으로 중국 기업에 맞서서는 이길 가능성이 낮다”며 “칩, 패키지, 조립, 조명기구 등 각 단계별로 잘 하는 기업끼리 연합체를 만들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