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슬리, 폴로 등 유명 브랜드 향수에서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가 다수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및 수입 브랜드의 향수 각 20종씩 총 40종을 조사한 결과, 각 제품에서 최소 4종에서 최대 15종의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가 검출됐다. 한 제품 당 평균 7.6종의 착향제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슬리코리아의 오 뒤 스와르 오드 빠르퓸
시슬리코리아의 오 뒤 스와르 오드 빠르퓸
15개 제품(수입 6개·국산 9개)은 착향제 성분이 10ppm(0.001%) 이상 포함돼 있었지만 제품에 해당 성분을 표시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향수와 같이 사용 후 세척하지 않는 화장품의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 26종이 10ppm 이상 포함되면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수입 제품은 시슬리코리아의 '오 뒤 스와르 오드 빠르퓸'를 비롯해 폴로 스포츠 오 드 뚜왈렛(제조판매사 엘오케이), 롤리타 렘피카 오드 퍼퓸 스프레이(아모레퍼시픽), 불가리 블루옴므 오데토일렛(금비화장품), 플레져 오 드 퍼퓸 스프레이(이엘씨에이한국) 등이었다.

국산제품은 헬로키티 큐티 트로피컬 오데토일렛(에뛰드), 스파클링 에스쁘아 오데퍼퓸(에뛰드), 로 드 미샤 퍼퓸 렛 잇 비(에이블씨엔씨), 로사퍼시픽 베리식스 73 퍼펙트 퍼퓸 스폐셜(로사퍼시픽), 백서향 오드 뚜왈렛(이니스프리), 퍼퓸 드 네이처(네이처리퍼블릭), 꾸뗄르 페로몬 향수 남성용 272(셀코스메틱), 라라 카르페디엄 퍼퓸 소피스트 케이트 파리(라라), 스킨푸드 스위트 스파클링 워터 오 드 뚜왈렛(스킨푸드)이었다.

특히 40개 중 15개 제품의 경우 EU가 안전성 문제로 전면 사용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은방울꽃 향을 내는 합성물질 HICC 성분이 1.31~41.50ppm 검출됐다. HICC는 향료 알레르기를 가장 빈번히 일으키는 화학물질로 꼽히고 있다.

HICC가 검출된 15개 중 7개 제품은 성분 표시가 없었고 시슬리코리아의 '오 뒤 스와르 오드 빠르퓸', 셀코스메틱의 '꾸뗄르 페르몬 향수'의 HICC 함량은 10ppm가 넘었다.

또한 오 뒤 스와르 오드 빠르퓸의 경우 HICC 외에도 리모넨, 리날룰, 제라니올, 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 벤질살리실레이트 등 성분이 10ppm 이상 검출됐다.

조사대상 대부분의 제품에서 접촉성 피부염, 색소이상, 광화학반응,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착향제가 사용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표시가 미흡하거나 누락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소비자원의 지적이다.

EU는 최근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높은 HICC, 아트라놀, 클로아트라놀의 상용을 금지하고 12개 성분은 배합농도를 제한하는 화장품법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 26종이 향수에 10ppm 이상 포함되면 해당 성분의 명칭을 기재 및 표시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원은 "국내 화장품 업계의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알레르기 유발 착향제 26종의 표시 의무화와 향수를 포함한 화장품은 용량에 관계없이 전성분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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