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용 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기·속도 결정"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이어가기로 했다.

또 미국 경제의 개선 흐름이 확고하다는 판단에 따라 월 150억 달러 남은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하고 다음 달부터 국채 및 모기지(주택담보부) 채권을 더는 사들이지 않기로 했다.

연준은 28일부터 이틀간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연준은 이날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로라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내고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게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은 대신 "향후 각종 경제 지표에 근거해 인상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며 "지표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 또한 현행 예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부터 다섯 차례 FOMC 회의에서 줄곧 써온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뒀지만, 금리 인상을 조기에 단행해야 한다는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 라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내년 중반'으로 제시해온 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내년 상반기'로 앞당기거나 '내년 하반기' 또는 '2016년 초'로 늦출 것이라는 공방이 각종 지표가 나올 때마다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아울러 이날 FOMC 회의에서 현재 월 150억 달러 남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완전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 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월 850억 달러였던 3차 양적완화(QE3) 규모를 100억 달러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에 처음으로 착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앞선 여섯 차례 회의에서 채권 매입액을 매번 100억 달러씩 줄였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해 일각에서 QE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연준은 이달 회의에서 QE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지난 6월 FOMC 회의부터 공언해왔다.

이에 따라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해온 중요한 경기 부양책을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연준이 그동안 채권 매입으로 시중에 푼 돈은 모두 4조 달러가 넘는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활동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지난번 회의 때와 똑같이 평가했다.

또 "노동시장 상황도 약간 개선됐고, 노동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 성명에서 노동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온 점을 고려하면 고용 상황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아울러 각종 물가상승률도 연준의 장기 목표치(2%)를 밑돌면서 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최근의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나 세계 경제의 저성장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결정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FOMC 위원 9명이 찬성했다.

반면, 나라야나 코철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미약한 만큼 현행 초저금리 기조나 양적완화 프로그램 등 경기 부양책을 최소 1∼2년 더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다음 FOMC 회의는 12월 16∼17일 이틀간 열린다.

옐런 의장이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도 별도로 발표한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김세진 특파원 keykey@yna.co.kr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