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 김형수 CDS건축사무소 대표
중소형 건물 리모델링 전략 필요
외관·인테리어 교체만으론 안돼
증축·용도변경 통해 가치 높여야
주차공간·엘리베이터 설치 필수
김형수 CDS건축사무소(www.cds.co.kr) 대표(50·사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틈새시장인 ‘중소형 건물 리모델링 설계시장’에 특화한 건축사다. 시공사(포스톤건설)까지 보유해 설계와 시공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리모델링은 신축과 다르게 많은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형 건물 리모델링 바람 불어
포스톤건설의 이름은 ‘기둥(post)’과 ‘돌(stone)’의 합성어다. 건설업과 리모델링 업계의 이정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상호에 담았다고 한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건축사와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모두 취득한 설계·시공 분야의 전문가다.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하다가 건축사사무소를 차려 독립했다. 외환위기 때 사업 방향을 리모델링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리모델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초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중소형 건물들이 리모델링 연한에 도달하지 않아 일감이 적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연한이 30년을 넘어섰기 때문에 리모델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리모델링 대상인 비주거 중소규모 건물이 56만동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 리모델링 설계 상담이나 시공 문의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
혈관을 교체해 건물을 회춘시키는 작업
김 대표는 리모델링을 “건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를 아름답게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건물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건물주는 외벽 타일이 떨어져 주변에 주차한 차에 손상이 가거나 사람이 다쳤을 때와 같은 위험이 증가했을 때 리모델링을 고려한다. 또 리모델링하면 외관 수선을 우선 떠올린다. 외관을 금속 패널 등으로 교체해 화려한 새 건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또 화장실을 손보는 걸 고려한다. 변기와 세면대 거울 등을 깔끔하게 교체하려는 것이다. 그 다음 여력이 있으면 로비를 단정하게 수선하려 한다.
그러나 김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리모델링 작업은 성형외과가 아닌 정형외과 영역이라는 것이다. “외관을 멋지게 바꾸는 것과 함께 내부 설비와 전기 배관을 바꾸고 부실한 구조도 보강해야 합니다. 설비 배관도 20년이 지나면 관에 녹이 습니다. 혈관(내부 설비)을 교체해 건물을 회춘하게 하는 작업이 바로 리모델링입니다.”
일반 건설사들은 중소형 건물 리모델링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전체 공사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시공 리스크가 높아서다. 예를 들어 전남 여수의 한 건물은 외관을 뜯었더니 기둥골조 안에서 신문지 톱밥 등 각종 쓰레기가 쏟아졌다.
김 대표는 “오래전 지어진 건축물은 도면이나 건축물관리대장과 달리 한 변의 길이가 50~70㎝씩 넓은 곳도 있다”며 “설계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다르면 원가가 상승해 건물주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적률·주차장·엘리베이터로 가치 높인다
김 대표는 리모델링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조건으로 ‘여유 있는 용적률’ ‘추가 주차대수 확보 여부’ ‘엘리베이터 설치 가능’ 등을 꼽았다.
용적률에 여유가 있으면 증축에 나설 수 있다. 기존 3층 건물을 4층으로 높이면 연면적이 넓어진다. 주차대수를 늘릴 수 있는 공간도 필수다. 상당수 건물은 추가적인 주차장을 확보할 수 없어서 증축하지 못한다. 엘리베이터 설치도 건물 가치 상승과 직결된다. 김 대표는 “요즘은 3층 건물도 오르기 힘들다고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도를 바꿔 가치를 높이는 기법도 있다. 경기 용인 수지에 있는 대로변 창고를 아울렛으로 바꿔 매출을 늘린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근에 아울렛 매장이 많아 1·2층을 아울렛으로 용도 변경했습니다. 또 1·2층 사이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백화점 매장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지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매출이 5배나 늘어났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