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경제블록 구축 독자행보…상호견제에 관련국 난감, "실리 챙겨야"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각각 내세웠다.

두 강대국이 서로 견제하며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 구축에 나서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을 비롯한 이해 당사국들이 고민에 빠졌다.

19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11월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아태지역 경제협력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진다.

중국은 2025년까지 FTAAP 창설을 목표로 APEC 회원국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은 전했다.

미국 주도의 TPP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또한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TPP의 진전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TPP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며 미국의 세계 1위 경제 지위를 넘보는 중국에 대한 견제책 성격이 짙다.

현재 TPP 협상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모두 APEC 회원국(21개)이기도 한다.

APEC 회원국인 한국은 TPP 협상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APEC 회원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8%, TPP 협상 참여국은 38%를 각각 차지한다.

FTAAP와 TPP 중 어느 쪽이든 성사만 되면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 공동체가 탄생한다.

다만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양자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APEC 회원국들은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에 대해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지만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면 연간 2억∼3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과 약 1조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TPP 협상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방한 때 FTAAP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서방 주도의 국제금융체제에 맞서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에도 한국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한국과 호주 등 동맹국을 상대로 AIIB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면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는 진행 상황을 보며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입장에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미국과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안보와도 연결돼 있다"며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PP 협상은 농축산물 개방 수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이견으로 큰 진전이 없고 FTAAP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데다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의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은 먼저 실리를 챙기는 통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도 주목하는 중국과의 FTA 협상에 우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한중 FTA가 타결되면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몸값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력을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통상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