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강남의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주변 가격 상승 기대감 속에 매물로 나왔던 부동산이 들어가거나 계약이 지연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12일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전 부지 낙찰 이후 GS건설의 파르나스호텔 매각이 잠정 중단됐다. GS건설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사모펀드 IMM PE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한전 부지가 고가에 매각된 뒤 가격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GS그룹 측에서는 협상된 매각가로 진행할 경우 배임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한전 부지가 10조원 넘게 매각됐으니 파르나스호텔은 3조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개발 후매각’ 방식을 선택한 르네상스호텔도 영향을 받게 됐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르네상스호텔 매각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발 후 매각 방식에 동의하고, 대주단 협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선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개발기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매각으로 대출을 상환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두 호텔뿐만 아니라 강남지역에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던 건물들이 잇따라 매물 리스트에서 사라지고 있다. 삼성동 땅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강남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증가해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고가 매각 사례로 땅값이 오르는 기형적인 현상”이라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가격 급등으로 수익률이 낮아져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