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미아동에서 문을 연 ‘꿈의숲 롯데캐슬’ 모델하우스. 오픈 하루 전날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등이 모여 사업 설명회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달 25일 서울 미아동에서 문을 연 ‘꿈의숲 롯데캐슬’ 모델하우스. 오픈 하루 전날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등이 모여 사업 설명회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국내에서 모델하우스를 처음 선보인 곳은 1970년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당시 여의도 개발 이익으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비용을 충당해야 했던 서울시는 분양 촉진 방안이 절실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세운 게 모델하우스였다. 진화를 거듭해온 모델하우스는 최근 첨단 정보기술(IT)과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해 아파트 마케팅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거품 빠진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의 연면적(층별 면적 합계)은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연면적은 990~1500㎡ 정도다. 과거에는 2000~3000㎡도 흔했다. 아파트 내부 모습을 재현한 ‘유니트’도 최소 4~5개에서 최근에는 2~3개로 줄었다. 제작비용은 평균 12억~17억원대다. 공을 들여도 25억원은 넘지 않는다.

공사 기간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린다. 최근 분양시장 호황으로 모델하우스 개장이 급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준비 기간이 더 짧아졌다.

아파트 평면 디자인부터 벽지·조명·마감재 등은 2~3년 후 입주 때 소비자가 보게 될 실제 주택과 비슷하게 만든다. 모델하우스엔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실제로 중저가 마감재를 시공하는 불법행위는 사라졌다. 신한석 대림산업 D이노베이션센터 대리는 “입주자가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할 수 있는 만큼 모델하우스 단계에서 진짜 시공할 마감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는 아파트가 건설되는 현장이나 건설사가 보유한 상설 홍보관에 들어서는 추세다. 운영기간 동안 전기료와 난방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려한다.
서울 문정동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모델하우스를 찾은 내방객이 스마트폰으로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서울 문정동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모델하우스를 찾은 내방객이 스마트폰으로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청약 전략부터 금융상품 상담까지

건설사는 모델하우스 개장을 앞두고 프리랜서 상담사와 도우미를 채용한다. 일당은 15만~20만원. 경험이 풍부한 상담사는 더 많이 받는다. 굳이 교육하지 않아도 아파트 브랜드와 인근 지역 정보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도우미는 개장에 앞서 입지와 상품 특장점, 수요자 특성과 브랜드 가치를 익힌다. 인근에 분양하는 경쟁 단지의 특성도 숙지 대상이다. ‘모델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이 청약하면 분양 대박’이라는 속설이 나오는 것도 이들이 상품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과거에는 단순히 건설사 직원을 보조했지만 지금은 전문적인 분양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며 “수요자가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우미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모델하우스에선 재테크 전략까지 상담해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초 ‘위례2차 엠코타운 센트로엘’을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에서 HMC투자증권과 금융상품 상담을 진행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AS 상담자를 초청해 차량관리 요령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랜드비전의 정하경 상무는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전략과 더불어 수요자의 전체적인 자산관리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최신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에서 음악회 전시회 등을 하는 풍경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달 말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서울대와 연계한 교육특화 미니신도시(6701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한라건설은 최근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2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브랜드 커피를 제공하는 모델하우스도 많다. 대형 건설사는 계열사 브랜드 커피를 제공한다. 롯데캐슬 모델하우스에는 ‘엔제리너스’가, 한화건설 모델하우스에는 ‘빈스앤베리즈’가 단기로 문을 연다. 요즘 모델하우스를 여는 주말 3일 동안에는 많게는 2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린다. 내방객이 마시는 커피 비용만 2000만원을 웃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모델하우스가 사전 마케팅과 고객 상담, 홈네트워크 시스템 체험과 정보 전달, 건설사 이미지 홍보 등이 어우러진 ‘마케팅 허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문혜정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