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로 만든 나노종이 분리막과 전극을 일체화시킨 ‘휘어지는(플렉서블) 종이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배터리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둘둘 말 수 있는 ‘롤업(roll-up) 디스플레이’와 웨어러블 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울산과학기술대와 공동으로 연구해 나노종이 분리막을 활용해 휘어지는 종이 배터리(리튬이온전지)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 나노종이는 종이의 원료인 셀룰로오스의 입자를 나노 크기로 분쇄해 만든 다공성의 유연한 종이다.

윤영균 산림과학원 원장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분리막을 나무에서 추출한 나노종이 분리막으로 대체해 전극 간 계면이 매우 안정적”이라며 “특히 외부 압력에 의한 형태 변형에서도 전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영 울산과기대 교수는 “전지의 형태 변형으로 생기는 전지 발화·폭발 등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며 “별도의 바인더(전극에 들어가는 접착제)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이온전도도와 전자전도도가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종이 배터리는 다양한 전기화학 소자로 활용이 가능해 상용화 기대가 높다”며 “2~3년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 인터넷판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