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동의 한 음식점은 요즘 손님이 맥주를 시키면 ‘뉴하이트’부터 가져다준다. 식당 종업원은 “이전에는 카스부터 갖다 줬는데 올여름 카스에서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나돈 뒤부터는 카스를 가져가면 바꿔 달라는 손님이 많아 아예 처음부터 하이트 맥주를 내간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영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뉴하이트를 일정 물량 이상 들여놓는 식당에는 계열 생수 제품인 ‘석수’를 공짜로 주고, 종업원들에게 선물 공세도 펼치고 있다.
30%P→8%P…오비 턱밑까지 쫓아온 하이트
‘맥주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카스가 악취 소동에 휘말린 틈을 타 하이트가 오비맥주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30일 대형마트 A사가 9월 들어 29일까지 국내 맥주 업체들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오비맥주 46.9%, 하이트진로 38.3%, 롯데주류 14.8%로 나타났다. 1, 2위인 오비와 하이트의 격차는 뉴하이트 출시 이전인 지난 1~4월 평균 30.4%포인트에서 8.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오비와 하이트 간의 점유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하이트는 지난 4월 말 롯데 클라우드 출시 이후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점유율에 머물러 오다가 최근엔 40%대에 육박하고 있다.

하이트에 추격전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 6월 불거진 ‘카스 악취 논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 과정에서 더운 날씨로 인해 맥주가 산화하면서 생긴 ‘산화취’로 제조 공정상 문제는 아니다”고 결론을 냈지만, 카스를 외면한 소비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초기에 ‘우리 문제가 아니다’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회사가 재인수되고 본사 관계자들이 실사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사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식품과 관련된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했다면 더 적극적으로 사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는 공격적 영업을 통해 추격전을 강화할 태세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시장 변화의 단초가 보이고 있다”며 “영업을 비롯한 생산·관리직 임직원 전원이 뉴하이트 판매에 더 공을 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부터 ‘d’와 ‘맥스’를 담당하던 영업사원을 뉴하이트 영업에 투입했다. 영업사원들은 평소보다 음식점 방문 횟수를 두 배 늘렸다. 일선 영업 대리점에서는 뉴하이트를 취급하지 않는 업소를 매일 세 곳씩 방문해 청소 등 음식점의 궂은일을 돕는 ‘바닥영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그동안의 영업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9월 이후 판매가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B인베브의 글로벌 품질 기준을 도입해 맥주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