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 피한 우회상장 대부분…투자손실 이어질 수 있어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가 1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가운데 중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의 구조가 복잡하며 법적 안정성도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주식 거래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8일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여부와 투자 규모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알리바바가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시장을 등에 업고 있는데다 다른 기업과 달리 B2C뿐만 아니라 B2B사업도 하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 큰 쪽에 베팅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주식을 매입해 단기간에 차익을 올리려고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미-중 경제 및 안보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최근 펴낸 '미국 증시 중국 인터넷기업의 위험' 보고서에서 중국 인터넷기업들의 상장 메커니즘을 소개하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보고서는 중국 내에서 외국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 상장 허가를 받기가 힘들어 우회 상장하고 있는 점을 리스크의 시발점으로 꼽았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해외에 상장하고자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중국에 있는 사업회사와 다른 별개의 지주회사를 조세회피처에 만들고 이 지주회사를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웨이보의 주식은 실제로는 케이먼군도에 있는 웨이보 코퍼레이션의 주식이다.

웨이보 코퍼레이션은 손자회사인 웨이보 인터넷 테크놀로지를 통해 실제 중국내 사업자인 웨이보 인터랙티브의 모회사(베이징 웨이밍 테크놀로지)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복잡한 회사 간의 소유 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맺은 계약은 중국 법원이 문제삼지 않으면 구속력이 있지만, 중국 당국이 우회 상장에 `메스'를 대려고 마음만 먹으면 계약은 무용지물이 돼 투자자들의 주식은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

뉴욕 증시의 투자자 중 이런 위험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리스크보다는 수익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상장될 경우 매입을 검토 중인 한 금융회사의 자산운용 담당자는 "중국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지주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 정부의 제동 등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는 아직은 보고되지 않은 반면,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투자자들이 '걱정없이' 투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5월21일 상장된 JD.com의 주가는 47% 올라 같은 기간에 나스닥이 9%가량 오른 것과 대비되며, 온라인 자동차거래업체인 오토홈은 지난달 말에 상장한 뒤 불과 3주일도 안 돼 166%나 올랐다.

작년 10월 말 상장된 전자 상거래업체 58.com도 상장이후 133%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현재 나스닥에는 50여개 중국 IT업체가 상장돼 있으며, 이중 텐센트(1천476억달러)와 바이두(739억달러)는 시장가치 4, 5위에 랭크돼 있을 정도로 투자자들로부터 인기있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국 IT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여러 개의 회사를 설립해야 하고 지분구조도 복잡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회사 간의 복잡한 소유 구조가 향후 회계 문제로 번질 수도 있으며, 미-중 경제 및 안보검토위원회의 지적처럼 중국 당국이 우회 상장을 불법으로 보고 처벌할 경우 투자자들에게도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