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엊그제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을 또다시 비판했다. 이번에는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에 반대한 것이다. 기업들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익을 쌓아두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규제철폐 등에 힘을 기울여 기업을 도와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는 언급도 했다. 옳은 지적이다.

문제는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경제정책을 비판한 것이 벌써 세 번째라는 사실이다. 당정 간 삐걱거리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유보금 과세 문제는 더구나 실로 새삼스런 문제제기다. 유보금 과세를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은 이미 지난달 6일에 발표됐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경환팀의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된 것은 이미 두 달 전의 일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세법개정안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논평까지 했다. 그런데 그동안 뭘 했다가 지금 와서 뒤늦게 주문을 내놓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김 대표의 경제관, 경제철학에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부터 문제다. 상위 1%의 부자에게 소득세 80%를 중과하자는 피케티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던 김 대표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면서도 과분한 복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했다. 여기에서 하는 말과 저기 가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보금 과세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를 대체하기 위한 고심 어린 대안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가 자칫 부자증세로 가자고 하지나 않을지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집권 여당이 설익은 구상, 정부와 합의가 되지 않은 입장을 내놓으면 혼선만 벌어진다. 파편화된 지식에 의한 것이라면 더 곤란하다. 당정이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도 부족한 형국이다. 벌써 최경환표 경제정책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부를 엄호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려는 마당이다. 허송세월하다가 골든 타임을 흘려보내면 만사가 도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