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고 서울대 명예교수 19일 규장각서 발표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영문 2·8 독립선언문과 춘원의 미공개 글이 발굴됐다.

2·8 독립선언은 일본에 있던 한인 유학생들이 1919년 2월 8일 도쿄 한복판에서 조국 독립을 세계에 선포한 사건으로, 3·1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춘원은 2·8 독립선언문을 쓰고 이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고(67)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17일 연합뉴스에 "춘원이 작성하고 직접 영어로 번역한 2·8 독립선언문 영문 텍스트가 그동안 안 나타났는데 이번에 독립기념관을 통해 영문 텍스트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영문 선언문은 대조선독립단(Korean National Independence League)이 발간한 '한국인 봉기의 진상과 독립선언서'(True Facts of the Korean Uprising and the Text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etc.)에 실린 것으로, '(조선)청년독립단의 선언문'(Proclamation of Young Men's League's for National Independence)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Japan Obtains Control' 등 한글 선언문과 비교하면 선언문 중간 중간 4개의 부제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최 명예교수는 "신문이나 소책자의 출간을 위해 소 타이틀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춘원이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 대변인 역할을 했는데 그때 이승만 박사를 만나 영문 선언문을 직접 건네 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독립기념관의 이명화 박사는 "춘원이 직접 번역한 영문 텍스트인지 하와이 현지에서 번역한 것인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춘원이 기초한 2·8 독립선언문의 영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소설의 역사를 소개한 글 '반도소설사'(半島小說史)도 새롭게 발견됐다.

'반도소설사'는 1943년 만주 지역에서 발간된 '반도사화와 낙토만주'에 실린 것으로, 최 명예교수는 역사민속학자 남창(南滄) 손진태(1900~?) 선생의 장서가 소장된 서울대 도서관 '손진태 문고'에서 발견했다.

최 명예교수는 "그동안 이런 글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손진태 문고에 들어 있는 것을 두 달 전쯤 찾아냈다"고 밝혔다.

춘원은 '반도소설사'에서 신라 이두에서부터 '삼국유사', '구운몽', '심청전' '춘향전', 김동인, 염상섭 등 근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소설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춘원은 특히 '심청전'과 '춘향전'에 대해 "한글의 대표적 이야기책이고 조선문학의 지보(至寶·더 없이 중요한 보배)"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운문으로 되어 있어서 가락에 맞춰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것을 "훌륭한 점"으로 꼽았다.

최 명예교수는 오는 18일 오후 4시 서울대 규장각에서 열리는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82회 콜로키엄에서 '춘원학(春園學)의 새로운 지평 - 이광수 연구의 새 자료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영문 2·8 독립선언문과 '반도소설사'를 비롯해 춘원의 경성제대 학적부, 일제가 춘원 등 지식인들을 대거 검거한 수양동우회사건의 일본 검사 논고, 항일단체 권업회가 발간한 '권업신문'과 '대한인정교보'에 실린 시와 글, '인과' 등 해방정국에 쓴 시, '조일관계사료집' 등 최근 새롭게 발견됐거나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춘원 관련 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 춘원의 자서전적인 글을 모아 그의 일대기를 정리한 '나의 일생'을 펴낸 최 명예교수는 "춘원은 친일 논란 등 정치적인 측면을 떠나서 우리나라 신문학을 출발시킨 관문과도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