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빚' 태워 '빛' 찾아드려요
“갚기 힘든 시민들의 빚을 탕감해 줍니다.”

범사회연대 모금운동을 통해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사들여 없애주는 ‘빚 탕감 프로젝트’가 경기 성남시에서 시작됐다.

금융소비자운동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희망살림과 성남시, 시의회, 종교단체협의회, 전통시장상인회 등은 12일 시청 광장에서 이재명 시장과 박권종 시의회 의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출범식에 이어 성남지역 6개 대부업체(채권매입추심업체)에서 기부받은 10년 이상 장기 연체 부실채권 26억원어치를 소각해 171명을 구제했다. 권순화 성남시 지역경제팀장은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는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없애줌으로써 추심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업체들이 뜻을 같이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빚 탕감 프로젝트’에 참여한 성남시와 시민단체 및 관계기관들은 앞으로 부실채권 시장에 헐값으로 나온 악성 채권을 사들이기 위한 범사회연대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성남지역 6개 채권매입추심업체가 가지고 있는 부실채권 50억여원어치를 매입해 시민들의 빚을 탕감한다는 방침이다.

‘빚 탕감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시작됐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운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주관으로 4월 국회 앞에서 매입한 4억6000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119명의 빚을 탕감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와 희망살림, 민생연대, 해오름 등 사회단체가 1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해 99명의 부채를 탕감했다. 8월에도 한국복음주의연합, 평화누리 등 종교단체가 1억9000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50명을 구제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439명이 빚더미(총 268억원)에서 벗어났다.

서민 금융교육과 채무상담을 하는 에듀머니의 김준하 희망살림정책팀장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부실채권 소각 대상은 7년 이상 장기 연체자로 빚을 안 갚는 게 아니라 못 갚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채무조정(워크아웃) 노력 없이 무조건 부실채권을 채권매입추심업체에 헐값에 파는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남=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