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19일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되는 김종학 화백의 ‘설악의 풍경-그린’.
오는 11~19일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에 전시되는 김종학 화백의 ‘설악의 풍경-그린’.
“요즘 젊은 세대는 예술적 미감을 중시하더군요. 직원들의 감성 에너지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게 매주 인사동에서 그림을 구입해 ‘아트 오피스’를 만드는 데 신경씁니다.”(이충희 에트로 총판 듀오 사장)

“가족과 함께 일하면서 대화를 하는 삶의 중심이 바로 가정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거실에 판화를 걸어 봤더니 ‘그림 같은 집’이 따로 없더군요.”(정주성 삼성물산 전무)

화가의 그림이 가정이나 기업 사무실 인테리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기업과 주부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젤리 피쉬 아이스 크림’.
무라카미 다카시의 ‘젤리 피쉬 아이스 크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11~19일 ‘가을 소나타, 달빛 아리아-거장들의 판화전’을 연다. ‘아트 인테리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젤리 피쉬’를 비롯해 이대원의 ‘농원’ 시리즈, 김종학의 설악 풍경, 사석원의 ‘당나귀’ 시리즈, 김점선의 말 그림, 김기창의 청록산수 등 판화 30여점이 걸린다. 국내외 미술시장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화가들의 판화를 보면서 작품의 시장성과 원본·사본의 관계 등을 조명해볼 수 있는 전시회다.

판매가는 점당 60만원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거실을 비롯해 안방, 화장실, 부엌, 서재, 사무실, 직원 휴게실 등에 어울리는 그림을 큐레이터가 추천해 준다. 500만원 이하 작품은 손비 처리가 가능해 사무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은 풍경화부터 팝아트, 반추상화, 인물화, 산수화 등 현대미술의 프리즘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일본의 세계적인 화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젤리 피쉬(투명인간을 닮은 물고기)’ 시리즈 2점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2001년 루이비통과 컬래버레이션(협업)할 때 이미지로 활용해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한평생 ‘꽃비’처럼 살다간 한국 화단의 거목 이대원 화백의 판화도 여러 점 나온다. 그는 1950~1960년대 한국 화단에 일고 있던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 경향의 추상회화 바람을 뒤로 하고 자연 풍경을 그리는 구상회화를 고집하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지켜왔다. 이번 전시에는 화려한 색채로 들녘의 풍경을 채색한 농원 시리즈 3점이 나와 있다. 원로 작가 김종학 화백의 판화도 관람객을 반긴다. 설악산의 꽃과 숲을 마구 짜낸 물감으로 거칠게 찍어 바른 작품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동화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당나귀 작가’로 유명한 사석원 씨의 작품도 3점 걸린다. 당나귀와 꽃의 팽팽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판화들이다. 강력한 필선과 대담한 구도 안에 인간적 우수와 해학을 담은 운보 김기창의 산수화, 유년시절 고향 땅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여인과 꽃으로 묘사한 박항률의 작품, 김점선의 말 그림, 홍지연의 닭 그림도 나왔다.

한경갤러리 측은 “가을을 맞아 판화 작품을 슈퍼나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비교적 싸게 구입해 집안과 사무실을 꾸밀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