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경쟁력 순위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단계로 추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44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2014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6위로, 작년에 이어 또 떨어졌다. 2004년(29위) 이후 최저 순위다. 2007년에 11위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조차 말레이시아보다 뒤처진다. 중국(28위)에도 곧 추월당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낙후된 분야는 나아지는 게 없고, 앞선 분야는 점점 뒤처지니 결과가 참담할 수밖에 없다. WEF가 조사하는 114개 항목이 대부분 그렇다.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나아졌다는 것이 97위이다. 정책결정의 투명성은 133위로 사실상 세계 꼴찌다. 특히 노동부문은 절망적이다.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고용 및 해고관행(106위) 등 대부분 100위권 밖이다. 신성장산업이라는 금융부문도 주요 평가항목마다 여전히 바닥권이다. 기업부문이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게 그나마 순위를 붙잡고 있다.

각종 세계순위가 나올 때마다 한국은 예외없이 추락이다. 지난 5월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60개국 중 26위로 네 단계나 떨어졌다. 아시아·태평양에서도 9위로 처졌다. 중국(23위)은 이미 한국을 넘었다. 작년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GDP 증가율(2.0%)은 189개국 가운데 117위였다. 그렇지만 후퇴는 끝이 없다. 산업연구원이 얼마 전 제시한 인구경쟁력 지수로 보면 한국은 2010년 OECD 29개 회원국 중 17위였지만 2030년께는 21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적인 모범 성장국가라던 한국이 변방국가로 전락하는 중이다. 그것도 너무 가파른 압축퇴보다. 저성장·저출산의 노인국가가 기득권(rent)조차 깨지 못하면 길이 없다. 화려했던 성은 허물어져 가고 낙양의 그림자는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