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도입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큰 방향은 잡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응시하게 되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절대평가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뒤집어 놓아 이미 누더기가 되고만 입시 제도에 또 메스를 들이댈 모양이다. 물론 사교육 경감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정작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입시 제도도 그렇지만 절대평가라는 것도 묘한 제도다. 무릇 평가라는 것은 상대적 우열을 가리는 것이다. 절대평가는 우열을 도외시하고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물론 절대평가가 엄정하게 시행된다면 시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는 점수를 전체적으로 올리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 아니 의지는 없더라도 그렇게 변질돼 갈 것이 너무도 뻔하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정권 당시 절대평가제의 문제를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2005년 당시 내신 절대평가제를 시행했던 서울 시내 5개 고교 중 한 곳이 30% 이상의 학생에게 ‘수’를 주었다.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다시 상대평가로 전환됐던 것이다.

가뜩이나 선진 각국에서 학력 증대가 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수용되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엊그제 초·중학교 학력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야단이다. 성적이 떨어진 지자체에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즈오카현은 도지사가 직접 성적 상위 학교들의 학교장 이름을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육의 대명사 독일에서도 세계학력평가(PISA) 성적이 갈수록 떨어지는 ‘피사 쇼크’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사교육이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 ‘프리 스쿨(일종의 자율학습)’ 도입 등으로 교육 정책의 모범국가로 알려져왔던 스웨덴도 성적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은 절대평가로 역주행하고 있다. 그것도 필수언어인 영어 과목이다. 영어는 싫어도 해야 하는 세계화 시대의 숙명이다. 이를 회피한다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