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빌딩 10조 '매물 폭탄'] "언제 팔릴지"…네 번 유찰 LH사옥 500억 깎아도 매수자 안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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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촉박한데 아직 못 판 사옥·토지만 47건
불황 속 매물 몰리고 노후건물 많아 매력 떨어져
작년말 이전 대상 국토硏, 세종 사옥 착공도 못해
불황 속 매물 몰리고 노후건물 많아 매력 떨어져
작년말 이전 대상 국토硏, 세종 사옥 착공도 못해
다음달 경기 의왕시에서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본사(부지·건물·수목 등) 매각 공고를 냈지만 입찰 참가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초 2900억원대였던 매각 예정가격을 최근 2614억원으로 낮춰 재매각에 나섰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부지가 자연녹지로 묶여 있는 게 시장에서 외면받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공사 관계자는 털어놨다.
작년 말 세종시로 옮겨갈 예정이던 국토연구원은 경기 안양 사옥 및 부지(매각 예정가 789억원)가 팔리지 않아 세종시 새 사옥 착공도 못했다. 이전 시기는 내년 말로 2년간 미뤘다. 연구시설로 묶여 있던 대지를 업무·숙박·의료시설 용도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매수 희망자가 없다.
잇따르는 유찰…비워두고 떠난다
올해 말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부지를 제외하면 이전 공공기관 대부분이 기존 부동산 매각에 애를 먹고 있다. 내년 5~6월께 경남 진주에 새 본사를 꾸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성남 분당신도시 구미동의 오리 사옥과 정자동의 본사 사옥을 함께 매물로 내놓았다. 오리 사옥은 4차례 유찰 과정을 거치며 매각 예정가격이 4015억원에서 3525억원으로 떨어졌다. 한때 서울대병원과 매각 협상을 벌인 정자 사옥은 2784억원에 원매자를 찾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 공사 관계자는 “LH는 그나마 자체 자금으로 진주에 새 사옥을 짓고 있지만 자체 수입원이 없거나 사업 수익성이 낮은 준(準)정부기관 등은 차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1181억원)와 한국도로공사(2972억원)도 기존 사옥을 팔지 못해 그대로 두고 각각 9~10월께 대구와 김천혁신도시로 옮겨간다. 신용보증기금도 서울 마포구 본점(1019억원) 사옥 매각을 7차례나 시도했으나 실패, 올 연말 대구로 먼저 이전한 뒤 매각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한 이전 예정 공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매각은 국내 전체 경제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불황의 영향을 아직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이 안 팔리면 판매 시점을 미루거나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및 신사옥 이전 비용 등과 연결돼 있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한 이전 공공기관 부동산 ‘매입 기관’인 LH 캠코도 추가로 사들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에서는 2011년과 2012년 3조원에 가까운 이전 공공기관 부동산을 떠안은 이들 기관이 자체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팔릴지 모르는 대형 부동산을 더 매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 공공기관 관계자는 “계속 안 팔리는 부동산을 국가가 매입하거나 임대를 놓을지 등에 대한 세부 지침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매물에 시장은 ‘덤덤’
이전 공공기관 대부분이 보유 부동산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데 실패한 것은 덩치 큰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건물은 20년 이상 돼 낡았고 각종 규제에 걸려 있는 부지도 적지 않다.
의왕에 있는 농어촌공사 본사 부지 10만㎡는 대부분 자연녹지다. 민간 기업이 이 땅을 지금 사들일 경우 자연녹지를 주거지역 등 다른 용도로 바꿔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경기 남양주의 영화진흥위원회 촬영소는 팔당 상수원보호구역과 가깝고 특수시설(영화촬영시설)이어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재견 신영에셋 팀장은 “3개층(3~5층)은 그대로 둔 채 팔려는 신용보증기금 사옥의 경우 구분 소유 건물이 돼 매수자의 권리행사에도 제약이 따른다”며 “공공기관 사옥은 해당 기관이 나가면 공실이 나는 점도 매수자에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영국계 자산관리업체인 세빌스코리아의 홍지은 상무는 “이들 사옥이 자리잡은 곳이 외국 투자자들이나 부동산펀드 등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다”며 “또 대형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사기 전 시장분석에만 1~2년의 시간을 들이는데 공공기관 매각 일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혜정/김동현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작년 말 세종시로 옮겨갈 예정이던 국토연구원은 경기 안양 사옥 및 부지(매각 예정가 789억원)가 팔리지 않아 세종시 새 사옥 착공도 못했다. 이전 시기는 내년 말로 2년간 미뤘다. 연구시설로 묶여 있던 대지를 업무·숙박·의료시설 용도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매수 희망자가 없다.
잇따르는 유찰…비워두고 떠난다
올해 말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부지를 제외하면 이전 공공기관 대부분이 기존 부동산 매각에 애를 먹고 있다. 내년 5~6월께 경남 진주에 새 본사를 꾸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성남 분당신도시 구미동의 오리 사옥과 정자동의 본사 사옥을 함께 매물로 내놓았다. 오리 사옥은 4차례 유찰 과정을 거치며 매각 예정가격이 4015억원에서 3525억원으로 떨어졌다. 한때 서울대병원과 매각 협상을 벌인 정자 사옥은 2784억원에 원매자를 찾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 공사 관계자는 “LH는 그나마 자체 자금으로 진주에 새 사옥을 짓고 있지만 자체 수입원이 없거나 사업 수익성이 낮은 준(準)정부기관 등은 차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1181억원)와 한국도로공사(2972억원)도 기존 사옥을 팔지 못해 그대로 두고 각각 9~10월께 대구와 김천혁신도시로 옮겨간다. 신용보증기금도 서울 마포구 본점(1019억원) 사옥 매각을 7차례나 시도했으나 실패, 올 연말 대구로 먼저 이전한 뒤 매각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한 이전 예정 공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매각은 국내 전체 경제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불황의 영향을 아직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이 안 팔리면 판매 시점을 미루거나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공공기관 부채 감축 및 신사옥 이전 비용 등과 연결돼 있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한 이전 공공기관 부동산 ‘매입 기관’인 LH 캠코도 추가로 사들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에서는 2011년과 2012년 3조원에 가까운 이전 공공기관 부동산을 떠안은 이들 기관이 자체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 팔릴지 모르는 대형 부동산을 더 매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 공공기관 관계자는 “계속 안 팔리는 부동산을 국가가 매입하거나 임대를 놓을지 등에 대한 세부 지침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매물에 시장은 ‘덤덤’
이전 공공기관 대부분이 보유 부동산을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데 실패한 것은 덩치 큰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건물은 20년 이상 돼 낡았고 각종 규제에 걸려 있는 부지도 적지 않다.
의왕에 있는 농어촌공사 본사 부지 10만㎡는 대부분 자연녹지다. 민간 기업이 이 땅을 지금 사들일 경우 자연녹지를 주거지역 등 다른 용도로 바꿔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경기 남양주의 영화진흥위원회 촬영소는 팔당 상수원보호구역과 가깝고 특수시설(영화촬영시설)이어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재견 신영에셋 팀장은 “3개층(3~5층)은 그대로 둔 채 팔려는 신용보증기금 사옥의 경우 구분 소유 건물이 돼 매수자의 권리행사에도 제약이 따른다”며 “공공기관 사옥은 해당 기관이 나가면 공실이 나는 점도 매수자에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영국계 자산관리업체인 세빌스코리아의 홍지은 상무는 “이들 사옥이 자리잡은 곳이 외국 투자자들이나 부동산펀드 등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다”며 “또 대형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사기 전 시장분석에만 1~2년의 시간을 들이는데 공공기관 매각 일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혜정/김동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