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조직위원장 "IT기술력 접목한 '스마트 아시안게임' 구현"
"북한 선수단 참여로 남북관계 발전 기대"

"지나친 국가주의와 물량주의를 배격하고 좀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를 준비해 아시아의 어려운 나라들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유산으로 남기겠습니다.

"
45억 아시아인의 대축제를 준비중인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인천 아시안게임이 종전 대회와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인천조직위가 ▲경제적·효율적 프로그램 구축 ▲나눔과 배려로 화합의 모델 제시 ▲IT기술과 저탄소 친환경 대회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열린 아시안게임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국가 홍보에 주력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우린 그만큼 예산도 없지만 가장 알뜰한 대회를 준비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힌 그는 "우리나라의 자랑인 IT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도 충분한 소통과 아낌없는 배려를 통해 아시아의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최종 참가 결정에 대해 "정치적, 이념적으로 무색한 스포츠를 통해 남북이 상호 신뢰를 회복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 응원단도 큰 문제가 없으면 인천에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과 일문일답.
--대회가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현재 준비 상황은.
▲경기장 건립을 포함해 약 95% 정도는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붐업이 되느냐 하는 것인데, 개막식은 물론 각 경기장마다 관중이 찾아와 아시안게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막판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가장 기본 요소인 숙박, 수송, 안전 문제는 준비를 마쳤는가.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이 안전 문제를 크게 우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직위는 국정원, 군, 경찰, 소방 등 범국가기관간 임무 분담을 통해 만반의 안전 대책을 준비했다.

각 경기장에서도 경찰과 소방안전지휘본부(CP)와 연계해 최첨단 안전시설을 준비했다.

사고시 대피 요령 등을 영상자료로도 만들어서 틀어줄 예정이다.

수송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숙박인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와 임원, 미디어 등의 숙박시설은 큰 문제 없다.

다만 20만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광객을 인천시가 다 수용하기에는 사실 숙박시설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수도권 전 숙박시설이 동원될 것이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성화 채화를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해외에서 성화 채화는 인천 아시안게임 유산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올림픽 성화는 그리스에서 채화하고 있는데 아시안게임도 역사성과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제1회 대회가 열린 인도 뉴델리 국립경기장에서 성화 채화를 추진했다.

이런 행사가 아시아 전체의 붐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우리 계획을 반기면서 행사비 75만 달러를 지원했다.

당초 성화 봉송은 전 개최도시와 다음 개최도시에서 할 계획이었지만 전 개최지인 중국 광저우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다음 개최지였던 베트남 하노이가 대회를 반납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인천의 협력도시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가 적극 나서면서 성공적으로 해외 봉송을 마쳤다.

행사에 필요한 경비 300만 달러도 웨이하이에서 제공했다.

OCA는 이번 성화의 해외 채화와 봉송이 아시안게임의 전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폐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공연을 볼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임권택, 장진 감독이 준비중인 개막식에 150억원, 폐막식에는 100억원 등 총 250억원이 투입되는데 광저우나 도하 대회에 비교해 적은 액수이지만 가장 알뜰하고 충실하게 준비중이다.

싸이와 빅뱅, JYJ, CN블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인들은 재능 기부 형식으로 총출연한다.

3시간여 동안 펼쳐지는 최대의 버라이어티 쇼를 놓치지 말라고 꼭 권하고 싶다.

개막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주변에는 기업 홍보관은 물론 아시아 10대 음식 페스티벌도 펼쳐지니 미리 와서 맘껏 즐기시길 바란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석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북한은 13일 저녁 OCA를 통해 14개 종목 선수 150명을 포함해 총 352명이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심판과 취재진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북한 응원단의 참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 관계가 어려울 때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색깔이 없는 스포츠가 물꼬를 텄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선수단의 참여로 상호 신뢰를 쌓아간다면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관중인데,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가.

▲이번 대회는 4년전 광저우대회보다 6개 종목이 줄어든 36개 종목이 펼쳐진다.

국내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 구기종목과 함께 육상, 수영, 체조 등 개인종목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사실상 첫선을 보이는 크리켓, 카바디, 세팍타크로 등을 비롯해 비인기종목은 아무래도 관중 동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조직위는 국내의 다문화 가정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마련해 각 나라별 시민 서포터스를 운영할 것이다.

국내 스포츠 팬들은 생소한 종목도 찾아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준비 과정에서 인천시가 예산 때문에 힘들었는데 개최 이후 경기장 등의 활용 방안이 있는가.

▲시민단체에서 5천억원이 소요된 주경기장 건립에 반대하며 문학경기장을 활용하지 않은 부분에 아쉬움을 표한 것을 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학경기장에 동쪽에 치우쳐 있어 서구에도 경기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만여석인 주경기장은 절반 정도를 가변석으로 지었다.

대회가 끝나면 가변석을 허물어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의 상암월드컵경기장처럼 상업시설이 자리를 잡으면 자체 관리비를 넘는 수입이 들어올 것이다.

또 각 경기장은 지역 주민을 위한 스포츠 인프라로 활용하는 등 설계 단계부터 사후 활용방안을 충분히 고려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이전 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태까지 다른 나라에서 치른 아시안게임은 지나치게 국가주의와 물량주의를 앞세워 국가 홍보에 주력했던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나라들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 힘들었다.

차기 개최지였던 베트남이 최근 대회를 포기한 것도 그 이유다.

인천은 우선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를 준비해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

인천을 통해 스포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겠다.

또 일부 국가에 편중된 대회가 아닌 45억 아시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나눔과 배려의 대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인천은 2천만 달러를 들여 '비전 2014'라는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약소국에 전지훈련과 용품 지원, 지도자 양성 등을 도왔다.

국력과 스포츠가 강한 나라가 메달을 독식하지 않도록 심판 판정에서도 가장 공정한 대회를 구상중이다.

개최국 어드밴티지도 이제는 자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IT 기술력을 적용한 '스마트 아시아게임'을 만들겠다.

경기운영과 보도 등 각종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은 물론 팬들이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경기상황과 결과, 교통, 맛집까지 한 손에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최대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