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외치기 전에 집안 수리부터 해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하기관 직원이 정부 사업을 미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창조경제의 컨트롤 타워로서 미래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출범 1년이 넘었지만 산하기관에 예산 배분만 해줄 뿐 예산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남에 따라 미래부가 12조원이 넘는 국가연구개발(R&D) 예산을 책임질 능력이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스마트네트워크단 소속 수석연구원 강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강씨 등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NIA가 발주한 과제를 특정 업체가 맡도록 돕고 18개사로부터 2억7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연구원에게는 NIA를 통해 지급되는 정부출연금 12억1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NIA는 2008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정부출연금을 지원해 방송통신융합 서비스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횡령된 자금은 이 가운데 일부다.

이 와중에 미래부 사무관인 이모씨는 2015년에 미래부가 발주할 사업을 NIA가 맡도록 해주겠다면서 강씨에게 800여만원이 입금된 체크카드 2장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준다.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할 부처 직원이 오히려 앞장서서 비리에 가담한 꼴이다.

이에 앞서 비리가 적발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도 수법·규모 면에서 NIA에 못지않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NIPA 연구원 김모·신모씨 등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NIPA가 발주한 사물인터넷 서비스 구축과 관련한 과제를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15억4천만원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장비·용역에 대한 기준 가격이 없는 등 허술한 사업 추진이 비리를 불렀다.

NIA와 NIPA에서 발생한 비리는 산하기관 추진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감독시스템 부재로 발생한 전형적인 공공사업형 비리로 꼽힌다.

NIA와 NIPA는 미래부 산하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이름이 알려진 곳들이다.

이들 기관이 집행하는 사업의 관리·감독이 이렇게 부실하다면 미래부 산하 나머지 기관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 초 국립대구과학관은 미래부·대구시 직원이 연루된 채용 비리가 적발됐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위탁연구사업 공모를 내기도 전에 사업자를 선정한 뒤 과제 연구에 들어가 문제가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법인카드 부당 사용 및 부적절한 연구개발비 집행 등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미래부 출범 이래 1년 3개월 남짓한 기간 이처럼 여러 곳에서 비리가 불거졌지만 미래부는 '사후약방문'식으로 땜질처방에 급급할 뿐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NIPA 비리가 검찰에 적발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에야 '시스템상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뒷북을 쳤다.

미래부와 산하기관을 싸잡아 '통피아'(통신+마피아)라는 비아냥이 나와도 크게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 R&D 예산이 '눈먼 돈'처럼 쓰인다는 십수 년 전 지적이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기 전에 집안 수리부터 제대로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