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하루 세번 옷 다려 입는 관광경찰 "관광한국 이미지 우리가 지키죠"
“저희보고 외국인 길 안내만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관광객 편의를 위한 계도와 단속 활동이 주된 업무예요. 보세요, 확성기로 호객행위를 하던 화장품점들이 지금은 조용하잖아요.”

서울지역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치솟은 지난 8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하얀 긴소매 셔츠와 남색 정장 바지에 중절모(페도라)까지 눌러 쓴 제복 차림의 김지한 관광경찰대 경장은 이날만 5시간째 명동 거리를 걸으며 순찰 중이었다. 김 경장은 “외국 관광객에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시간 일하고, 잠시 쉴 때마다 땀에 젖은 옷을 말리고 다시 다리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국인 관광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한국 여행을 돕기 위해 작년 10월 관광경찰대를 창설했다. 경찰관 49명과 의무경찰 52명으로 이뤄진 관광경찰대는 명동, 동대문, 이태원, 홍대 등 외국인이 즐겨 찾는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길 안내는 물론 상품 구입·환불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해 주는 일도 한다. 무허가 게스트하우스와 바가지 택시 요금 등 외국인 관광객 대상 불법행위 단속도 이들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관광경찰관들은 스스로를 ‘전국 경찰 중에서 가장 많이 걸으며 순찰하는 직군’이라고 소개했다. 순찰차를 타는 일선 파출소 경찰관들과는 달리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려면 직접 관광지를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 김휴영 경위는 “2시간 동안 명동입구~명동예술극장~밀리오레~CGV 명동 구간을 10회 순찰한다”며 “하루에 4만보를 넘게 걷기도 하는데, 모든 팀원이 올여름에 2~3㎏씩 체중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흐르는 땀에 선크림도 별로 소용이 없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면 건물 입구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고충도 감내해야 한다.

이들의 제복은 가수 싸이의 뉴욕 공연 의상을 만든 김서룡 씨가 재능기부로 디자인했다. 겨울 제복은 베레모와 남색 긴 코트를 입도록 해 경찰관 제복 중 가장 멋진 차림새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패션을 통해 관광객에게 한국을 홍보해야 하는 관광경찰의 특성상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김상섭 순경은 “여름 제복이 긴팔 셔츠로 돼 있어 땀이 많이 나고 매일 빨아 입어야 하지만 유니폼을 보고 ‘굿’이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땀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향수는 관광경찰의 필수 용품이다.

명동예술극장 앞에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하던 하창우 수경은 “입대하기 전 대학에서 중어중문과를 전공했다”며 “여름과 겨울에도 계속 걸어야 하는 게 고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