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가봐야 할’이란 주제의 여행이 인기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도시별 커피집,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축제 등 요즘 여행자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주제를 만들어 여행하기를 원하고 또 실행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센세이션’에서는 모두 흰 옷을 입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센세이션’에서는 모두 흰 옷을 입는다.
SF영화 같은 비현실적·미래적 페스티벌

요즘은 국내에도 페스티벌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할 만큼 많은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그 페스티벌들이 시작된 원조의 도시를 찾아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그런데 그 주제가 현실이 되는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초대형 페스티벌인 센세이션을 직접 가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초, 4만명이 모인 암스테르담 아레나(경기장)에서 센세이션 축제를 즐겼다. 이 페스티벌은 모든 사람이 하얀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장면은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미래적이다. 더구나 23m 높이의 무대 장식과 관능적인 분위기의 회전목마, 요염한 댄서들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욱 섹시하고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아레나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층별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공간들도 만들어져 있고, 보통 자정에 들어와 해가 뜰 때까지 즐기는 파티라 곳곳에 먹거리와 술을 파는 곳도 있다.
암스테르담 운하를 여행하는 관광객들.
암스테르담 운하를 여행하는 관광객들.
바이힐튼호텔 일몰 및 야경 즐기기 좋은 곳

센세이션 축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 이제는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등 20개가 넘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3년 전부터 열리고 있다.

매년 축제의 테마가 바뀌는 센세이션의 올해 주제는 ‘플레저 돔’. 밤 새워 축제를 즐기려면 체력 비축이 필수이기 때문에 낮에는 거의 하는 일 없이 휴식을 취하며 빈둥거렸다. 센세이션 코리아의 무대를 직접 제작하고 총괄한 이벤트 그룹 모츠(Motz)가 이번 여행에 동행했는데, 센세이션 본사 전문가들에게서 요즘 뜨는 암스테르담의 레스토랑과 클럽 정보도 입수했다. 우리의 숙소가 자리한 곳은 중앙역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오스독 부근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 호텔 꼭대기의 라운지 바가 요즘 매우 ‘핫한’ 곳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곳에선 암스테르담의 옛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펼쳐져 일몰과 야경을 즐기는 장소로 인기 만점이다. 17세기부터 이 도시를 지키고 있는 운하와 폭이 좁고 긴 맞배지붕의 건축물들, 일정하게 고도를 맞춰 스카이라인이 확보된 오래된 도시의 풍경이 시간을 잊은 채 펼쳐진다. 오스독 부근에 있는 건축물 중에는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거대한 배 모양의 네모(NEMO)도 유명하다. 물 밑으로 연결되는 터널 위에 선착한 과학전문박물관으로, 기울어진 갑판 모양의 옥상 테라스에서는 암스테르담 시내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시내 전망이 한 눈에 펼쳐지는 공공도서관 전경.
암스테르담 시내 전망이 한 눈에 펼쳐지는 공공도서관 전경.
맛집과 음악, 파티의 도시

중앙역 뒤쪽의 선착장에서 무료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면 인간의 눈을 본뜬 디자인의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영화 표를 사지 않아도 자유롭게 1층의 카페와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 아이(EYE) 영화박물관이다. 이 카페를 내려다보는 형태의 원형극장 객석처럼 만들어진 나무 계단들도 인상적이다. 층층이 만들어진 계단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도 멋지다.

아이 영화 박물관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러 가는 길.
아이 영화 박물관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러 가는 길.
레스토랑 중에 인상적이었던 곳은 엔비(Envy)다. 미슐랭의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된 맛집으로, 빕 구르망이 최고의 음식을 최적의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리스트인 만큼 가격과 맛 모두 최고의 만족감을 전해준다.

바야흐로 페스티벌을 즐기기 좋은 여름이다. 온전히 페스티벌만을 즐기기 위해 여행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거대하고 화려한 서커스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회전목마 장식과 퍼포먼스, 웅장한 사운드와 조명의 향연, 하얀색으로 도열한 사람들의 풍경이 비현실적이고 영화처럼 펼쳐진 센세이션 암스테르담. 그 압도적인 규모와 인원에 또 한 번 놀랐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파티.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나의 세계 음악 페스티벌의 여정은 이렇게 문을 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가볼만한 곳

더블트리 바이 힐튼

숙박료는 싸면서도 합리적인 시설과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 인기 버젯호텔이다.

네모 (e-nemo.nl)

환상과 실제, 과학과 기술이 어우러진 체험과학박물관

아이 (eyefilm.nl)

영화 상영과 전시, 교육, 필름복원을 아우르는 영화 박물관

엔비 (envy.nl/en/)

최고의 음식을 최적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

암스테르담=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