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34)이 이렇게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남자인지 그 누가 알았나. 그동안 김남길은 작품 속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깊은 시름을 가진 묵직하고 진중한 인물로 여러 번 분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영화 ‘해적’에서 송악산 미친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산적단 두목 장사정 역을 맡은 김남길은 완전히 내려놓고 완벽히 가벼워졌다.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극 속에서 활개를 쳤다.



개인적으로 웃긴 걸 선호하고 수다를 좋아한다던 김남길은 최근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에서 만난 취재진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붙였다. 수다스러움 속에 적당히 베어있는 센스나 다정함에는 금세 앞에 앉은 이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어려 있었다.



◆ 김남길 “‘해적’에 대한 기대치 낮아 오히려 편해”



실로 오랜만에 복귀였다. 2012년 소집해제 이후 KBS2 ‘상어’(2013)로 복귀했으나 영화로는 ‘해적’이 복귀작인 셈이다. 김남길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현장은 비슷하구나 싶으면서도 문득문득 낯설었다”고 전했다. 그에게 복귀작인 만큼, ‘해적’에 대한 애정도 상당할 텐데, 하반기 극장가 Big4라고 불리는 대작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빛을 못 받고 있는 여론에 대해서도 쿨했다. “기대치가 낮은 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반응들 해주는 것 같다. 가장 우려였던 고래도 생각보다 괜찮지 않았나”



김남길은 마음이 편안했다고 전했다. “어차피 ‘군도’, ‘명량’, ‘해무’ 등과는 소재도 다르다. 연령층도 넓어 가족영화가 나름 없다. ‘드래곤길들이기’, ‘트랜스포머’같이 얼마만큼 CG가 구현됐나를 보기 위한 영화다. 사실 우리나라의 자본으로 CG가 어떻게 구현될지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예전이었으면 흥행에 신경 썼을텐데 지금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냥 웃고 즐기면 되지 않겠나”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개그본능에도 충실해졌다. 김남길은 “연기 만족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좀 더 웃길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배우들과의 밸런스를 적당히 유지하려고 했다. 과해서 불편한 건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나. 유들유들하게 능글맞은 느낌이 있어 만족감이 든다. 가장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밝히며 은근한 개그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김남길, ‘해적’ 현장서 수다쟁이 본능을 드러냈다



김남길이 홀로 활개를 친다고 한들 호흡을 자랑하는 멀티캐스팅 영화에서 단 한명의 배우만 독단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적’은 배우들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남길은 “어떤 한 배우가 잘났다고 되는 경우는 없다. 한 주인공만 계속 나오는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해적’은 여러 가지 양념이 잘 맞아떨어졌다. 선배 형들도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선배 대접을 요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남길은 “뭐든지 호흡이 중요하지 않나”며 현장에서 배우들 간의 의기투합이 좋았다고 전했다. 김남길은 “출연 배우들이 인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없는 분들이다. 본받을 것이 많은 형님들이고 몇 개월 동안 함께 있다보니 별 얘기를 다 하게 되더라. 여자 얘기부터 첫사랑, 형수님, 비밀이야기, 정책토론회, 사회 부정적 이슈, 환경 등 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하루종일 대기하다가 촬영이 미뤄질 때도 있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다 보니, 누구하나 짜증을 내지 않는 거다. 수다를 떨다가도 슛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몰입이 되는 거다”고 전했다.



‘상어’에 이어 연달아 두 번 호흡을 맞추게 된 여배우 손예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잘 맞고 익숙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굉장히 편해졌다. 여월(손예진 분)과 장사정이 만나는 신이 액션으로 휘몰아치다가 잠깐 쉬어가는 신인데, 그 때 상대 배우가 손예진이라서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호흡이라는 게 다른 게 없지 않나. 두 작품 연달아 했던 배우라서 확실히 편안하고 특별하다”고 밝혔다.





◆ 김남길, 정극의 틀을 깨고



김남길은 정극에 특화된 배우였다. 묵직한 정극을 통해 김남길은 연기파 배우 수식어를 따냈으며 대중들로 하여금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가 소집해제 후 긴 공백기를 마치고, ‘상어’라는 작품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남길은 “소집해제 후에도 정극에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로맨틱코미디 제안을 여러 번 받으면서 대중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지만, 대중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오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정극을 고집했던 이유를 밝혔다.



김남길은 “배우라면 롤모델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 나에겐 그것이 양조위였다. 웃는데도 슬퍼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러고 나니 스스로도 연기할 때 힘이 안 빠지더라. 물론 지금은 많이 빠진 상태다. ‘해적’ 현장에 정말 즐겁게 보냈다. 작품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게 처음이라 다들 신선하다고 말씀해주신다. 원래는 ‘소주 한잔이 당겨야 영화지’, ‘메시지가 있어야 영화지’ 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많은 분들이 웃어주시니 그게 엄청 뿌듯하더라. 가벼움에 대한 매력을 알아챘다”며 웃었다.



많은 이들이 염원하고 있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대해 언급하자, 김남길은 “밝거나 유쾌한 모습이 싫었다.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본인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분명 ‘상어’ 이전에 로맨틱코미디를 선택했다면 그 느낌을 무작정 흉내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좀 더 힘을 배고 난 다음 색다른 연기를 하고 싶다”며 “‘해적’이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김남길도 어느새 30대 배우다. 그에게는 공백기와 군복무의 시간보다, 30대가 된 뒤 달라진 점들이 더욱 영향력 있게 다가오는 듯 싶다. 김남길은 “물론 군복무 때문에 흐름이 끊기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결국 본인이 그 공백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어쨌건 남자가 돼 가는 과정이지 않나. 사람들이 나더러 많이 유해졌다고 하다. 이럴 때 ‘해적’이라는 영화를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남길은 좀 더 여유로워지고 좀 더 가벼워졌다. 영화나 배우라는 정형화된 틀을 스스로 깨고 나온 것이다. 정극과 코미디를 아우르면서 김남길은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향후 그가 보여줄 다양한 연기스펙트럼이 기대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리뷰스타 박주연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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