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6호선과 공항철도 환승 역세권으로 직장인과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공덕역 인근 ‘마포 동원 베네스트’ 아파트 77㎡(공급면적) 전셋값은 3억원을 웃돈다. 2010년 완공된 이 아파트는 입주 이듬해부터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평형에 따라 최고 75%를 넘어섰다. 근처 오피스텔인 ‘마포 현대 하이엘’ 98㎡(공급면적) 매매 시세 2억7000만원보다도 3000만원 이상 비싸다.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주거용 오피스텔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뛰어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 등은 전셋값이 오피스텔 매매가를 앞질렀다.

껑충 뛴 아파트 전셋값…강남선 이미 오피스텔값 추월

2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재 3.3㎡당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970만원으로 1003만원인 주거용 오피스텔 매매가와의 차이가 33만원에 불과하다. 거실과 별도의 방을 갖춰 2~3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공급면적 80㎡(옛 24평형) 오피스텔 평균 가격은 2억4300만원으로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전셋집(2억3500만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아파트 전세 보증금에 800만원만 보태면 오피스텔을 장만할 수 있다.

전셋값이 비싼 서울 강남구에선 아파트 전셋값이 같은 지역 오피스텔 매매값보다 오히려 높았다.

지난 주말 현재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422만원으로 오피스텔(1217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높다. 3.3㎡당 가격 차이가 100만원을 웃돌던 서울 평균 오피스텔 매매값과 아파트 전셋값 차이는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급격하게 줄었다. 작년 2분기 155만원이었던 매매값과 전셋값 가격차는 작년 4분기 79만원에 이어 올 1분기엔 49만원으로 좁혀졌다. 향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경우 오피스텔 매매값 추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주택 임대소득 과세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전세 선호가 확대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입주한 지 10년 안팎인 서울 강북의 가구 수가 적은 ‘나홀로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전세가율이 100%를 넘어서 전셋값이 매매값을 웃도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오피스텔 매매값에 육박한 아파트 전셋값을 최근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진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로 삼는 분위기다. 2~3인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아파트처럼 방을 들인 투룸형과 공간분리형으로 설계하는가 하면 커뮤니티시설과 조경 등을 고급화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분양 중인 ‘래미안 용산 SI’ 오피스텔은 침실과 거실, 주방이 분리된 주택형을 선보였다. 오피스텔 사업을 맡고 있는 한 대형건설사 건축사업팀장은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자들만으로는 수요층 모집에 한계가 있어 소형 아파트 개념을 접목한 오피스텔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