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정책에 있어) 정부는 한 팀입니다. 어느 한 부처의 목소리가 안으로 크게 날지 밖으로 크게 날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정부는 ‘원 팀(one team)’입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 고용부가 일자리 정책에 있어 기획재정부의 하위 부처처럼 움직여왔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16일 제5대 고용노동부 수장으로 취임한 이 장관의 취임 일성은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었다. 취임사대로 이 장관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자마자 달려간 곳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직후, 이 장관은 기자와 만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정책과 사회적 대화 복원 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먼저 취임 후 첫 공식 행사로 한국노총을 찾은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동안 노동계의 큰 현안을 풀 때마다 항상 한국노총과 머리를 맞대고 풀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큰 문제는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를 먼저 만나 단절된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는 이 장관의 일정에서도 읽힌다. 16일 취임한 이 장관은 이날 밤 12시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했다가 서울 사당동 자택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이고는 17일 오전 7시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9시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다시 10시부터 예결위에 참석했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이다.

다음주에는 민주노총과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할 예정인 이 장관은 단절된 노·사·정 대화 복원의 ‘열쇠’로 진정성을 꼽았다. “모든 문제는 진정성, 즉 얼마나 절실하게 서로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합니다.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대화해 나갈 것입니다. 노·사·정이 큰 틀에서 대화하고, 세부적인 문제는 또 거기에 맞게 풀어나가면 됩니다. 그게 바로 국민들도 바라는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이 장관은 “국민 입장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며 “일자리 양도 늘리고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오해로 인식이 좋지 않다”며 “정부가 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핵심은 풀타임으로 일하다 여러 상황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근무도 하고, 다시 상황이 좋아지면 풀타임 근무를 하는 것”이라고 유연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 확산이 중요한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들은 보다 괜찮은 제도로 가기 위한 마중물 단계로 보면 좋겠다”며 “기존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를 개선해가면서 풀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6일 취임사에서 고용부 직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지요. 그래야 그냥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