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이건호 행장 등 임직원 100여명의 징계를 앞두고 인사 딜레마에 빠졌다. 경영진의 거취가 불안한 상태에서 임원 인사를 할 수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달 하순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은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은행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임원은 세 명이다. 임병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오는 22일 임기가 만료된다. 하루 뒤인 23일엔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와 박정림 웰스매니지먼트(WM)사업본부 전무의 임기가 끝난다. 임기 만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은행에서는 어떤 인사 움직임도 없다.

국민은행 임원 인사가 언제 실시될지는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에 달렸다. 2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행장은 중징계를 통보받았지만, 만약 제재심에서 경징계로 경감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 행장이 이르면 이달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징계가 확정되면 사퇴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임원 인사를 하기도 어렵다. 만약 똑같이 중징계를 통보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만 경징계로 경감되면, 이번 인사에서도 지주사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관측이다.

한편 이날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한 기업은행은 부행장급 임원 인사 없이 본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만 실시했다.

IBK신용정보, IBK연금보험 등 자회사 대표 인사가 청와대 인사 검증으로 늦어지면서다. 이로써 기업은행 특유의 ‘원샷인사’는 무산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