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패션 브랜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를 겪는다. 제아무리 펄펄 날던 브랜드라 해도, 이미지가 노후화되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한동안 주춤했던 암흑기를 싹 걷어내고 화려한 ‘반전 드라마’를 써낸 브랜드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다시 받고 있는 ‘겐조(KENZO)’다. 특유의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겐조는 일본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1970년 만든 브랜드다. 다양한 꽃무늬와 화려한 원색, 여기에 동양적인 매력을 가미한 그의 디자인은 패션업계를 놀라게 했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여성들을 겨냥한 겐조는 독특한 색감과 시적인 감성이 담겨 있다는 호평 속에 승승장구했다. 1983년에는 남성복으로 영역을 넓혔고, 1993년 글로벌 명품회사 LVMH 그룹에 인수됐다. 하지만 1999년 디자이너 겐조의 돌연 은퇴 이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정체에 빠졌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겐조의 새 시대를 연 것은 2011년 새로 영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움브레트 레온과 캐롤 림이다. 두 사람은 겐조의 DNA라 할 수 있는 멀티 컬처와 자연, 특유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더욱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특히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컬래버레이션(공동 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감각적이고 독창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겐조는 ‘쿨, 시크, 펀(cool, chic, fun)’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지난 시즌 호랑이, 눈, 물고기 등을 모티브로 삼았던 겐조는 이번 가을·겨울에는 ‘몬스터(monster·괴물)’를 새로운 모티브로 내세웠다. 너트와 볼트 등을 형상화한 몬스터 아이콘은 남성과 여성 컬렉션에 두루 사용됐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겐조의 올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은 우아한 여성미를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가늘고 긴 실루엣과 과장되고 부풀려진 실루엣들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강렬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가 의류와 액세서리에 다양하게 등장해 재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남성 컬렉션 역시 전형적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담았다. 익숙한 형태의 실루엣을 비틀어 대담하고 강렬한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몬스터 아이콘이 패딩, 스웨트 셔츠, 팬츠 등 컬렉션 전반에 걸쳐 활용됐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 잠실·부산본점 등 9곳에 매장이 있다. 지난 5월 겐조의 한국 내 판매권을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GF)사업부문이 인수, 적극적인 마케팅이 예상된다.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에 ‘겐조 옴므’ 남성매장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콘셉트를 보여주는 전략 매장)도 문을 열 예정이다.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가을·겨울 컬렉션

[여인의 향기] 매혹적 실루엣, 강렬한 패턴…다시 겐조
‘니트웨어의 여왕’. 프랑스 브랜드 ‘소니아 리키엘’에 붙는 수식어다. 부드럽고 유연한 울 니트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여자의 몸을 아름답게 감싸는 여성적인 실루엣이 특징이다. 파리지앵의 감성을 편안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고급스럽고, 때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니아 리키엘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스커트와 스웨터다. 프랑스어로 ‘나’라는 뜻의 ‘moi(므와)’의 손글씨 무늬를 옷 곳곳에 반복해 넣었다. 컬렉션에는 몽골리안 퍼도 자주 등장하는데, 가공되지 않은 거친 느낌과 세련된 스타일을 동시에 표현하는 효과를 냈다. 실제로 입어보면 마치 솜털처럼 가볍다고 느낄 만큼 착용감이 좋다고 한다. 가장 여성적인 모티브인 꽃도 우아하게 활용했다. 두툼한 자카드 니트 위에는 장미 꽃잎이 흩날리고, 드레스는 겹겹이 포개진 꽃잎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이번 컬렉션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실루엣이 드러나는 비구조적인 룩을 내세웠다. 여러 겹의 레이어드 스타일링은 입는 사람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그 속을 살짝살짝 드러내면서 결코 단조롭지 않은,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 브랜드는 소니아 리키엘이 1962년 자신의 남편이 운영하던 매장에서 판매할 임부복과 스웨터를 디자인한 것이 시초다. 1968년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정식 론칭했고, 차곡차곡 명성을 쌓으며 프랑스 대표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올 5월에는 새 아트 디렉터로 줄리 드 리브랑을 영입해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줄리 드 리브랑은 ‘프라다’를 거쳐 ‘루이비통’에서 디자이너 팀을 총괄하며 ‘마크 제이컵스의 오른팔’이라고까지 불렸던 여성이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첫 작품은 내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소니아 리키엘의 핵심 타깃은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여성들이다. 국내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대구점·부산본점·센텀시티점 등 10곳에 매장이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