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는 10일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에 대해 잘못된 분석을 하고 있다며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한 한국 축구 대표팀과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니 어떤 전술과 전략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주열 한은 총재와 홍명보 국가 대표팀 감독은 공통점이 있다는 게 이 증권사 분석이다.

박형민 연구원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참패 원인은 '감독'"이라며 "8강과 16강까지 오른 벨기에와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삼겠다던 홍명보 감독의 전략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기대와 추측, 루머 등은 모두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 원인"이라며 "저성장과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한은의 경제 전망은 늘 희망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내수부진으로 인한 총수요 둔화와 이로 인한 저물가는 크게 우려하지 않은 채 성장률 수치에만 연연했다는 것.

5월 이후 세월호로 논란이 되자 한은과 정부 모두 마치 세월호 때문에 내수가 위축된 듯 야단법적이지만, 내수부진은 구조적 문제고 앞으로도 국내 경제 발목을 잡을 변수라고 박 연구원은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나오니 통화정책 방향이 일관성이 없다"며 "경제 대응책도 정부와 한은 모두 일시적이고 주먹구구 식으로, 한국 축구와 너무도 닮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7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14개월 연속 동결이다.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경기부양 입장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기준금리 조정 전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한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국내 경제가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위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8%로, 내년 전망치는 4.2%에서 4.0%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올해 기존 2.1%에서 1.9%로, 내년은 2.8%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낮췄지만, 3.8% 수준도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며 "다만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전망치의 하향 조정 속에 경기하방 위험을 강조하고, 정책공조의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