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 4월 큰 폭으로 오른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우선주가 재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일부 대형주 중심의 우선주 랠리가 중형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통주의 ‘질주’에도 힘을 못 쓰던 우선주가 요즘은 수익률에서 보통주를 앞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환경이 예상밖으로 오래가는 데다 국내 증시에 배당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어 우선주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왜 다시 우선株인가…지루한 박스권 장세서도 수익률 쪽쪽 빼먹는 황새株로
○뛰는 보통주, 나는 우선주

10일 SK케미칼우는 5.10% 상승한 3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최고가다. 최근 한 달간 SK케미칼 우선주는 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통주 수익률(15%)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이 밖에 세방우(27%), 계양전기우(26%), 아모레G우(19%), LG화학우(16%), SK네트웍스우(15%) 등 지난달 이후 상승폭이 컸던 우선주들은 모두 보통주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 등에서 보통주보다 우선적 지위를 갖는 주식이다. 보통주에 비해 배당률이 높아 장기적으로 안정된 배당수익과 주식 시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다만 유동성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고 작전 세력의 타깃이 될 위험도 있다.

2007년 이후 우선주와 보통주 간 주가 차이(괴리율)가 확대돼왔지만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그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 2012년 이후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우선주는 보통주 수익률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주가가 뛰었다. 지난해에도 보통주가 1% 상승에 그칠 때 우선주는 34%의 수익률을 보였다. 올해 수익률도 우선주(28%)가 보통주(12%)에 앞서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6년 우선주 강세 때는 보통주가 급등하면 우선주가 따라가는 흐름이었는데 지금은 보통주의 정체 속에서 우선주가 재평가받고 있다”며 “상반기 우선주에 대한 관심이 삼성전자, 현대차에 쏠렸다면 그 외연이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주 우선’ 더 간다

전문가들은 우선주 선호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의결권 가치를 고려한 우선주와 보통주의 괴리율이 10~20% 선이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우선주 중 30%가량은 보통주 주가의 50% 이하에 머물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선주의 적정가치를 따질 때 단순히 ‘보통주에 비해 얼마나 싼가’를 기준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회사의 성장세와 배당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주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 올 들어 부실 우선주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으로 배당 확대 가능성이 커진 점이 우선주 투자가 늘어난 계기가 됐다. 기업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우선주로 돌리게 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정체가 지속되면 보통주에서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런 만큼 배당 수익률이 높은 우선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 성장’에서 ‘배당 확대’를 통한 주가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시가배당률이 높고 안정적인 이익이 지속되고 있는 종목,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향후 배당성향이 커질 수 있는 종목, 축적된 내부 유보금을 기반으로 배당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