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브라더스', 쌍둥이 형제 '핏빛 운명'…연출 뒷심 부족
연극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 등으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의 또 다른 대표작 ‘블러드 브라더스’는 1983년 런던 초연 당시 ‘반(反) 뮤지컬’이란 평가를 받았다. ‘겉만 화려한 쇼 뮤지컬과 노래와 춤에 숨어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작품’이란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27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블러드 브라더스’는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음악에도 재능이 있는 러셀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극의 배경은 1960~1970년대 영국 공업도시 리버풀이다. 엄마의 가난과 어리석음으로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쌍둥이 형제 미키와 에디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 석유 파동과 대량 실직 등으로 빈부 격차가 심화한 당대 영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사랑과 우정, 핏줄이 얽히는 보편적인 비극성과 함께 담아낸다. 속도감 있고 경쾌한 전개와 짜임새 있는 극적 구성,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감동을 이끌어 낸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에 따라 전지적인 해설자가 등장해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관객의 몰입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가장 연극적인 부분은 성인 배우가 일곱 살 아이, 14세 사춘기 시절 등 쌍둥이 형제의 성장 과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을 요구한다. 3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미키 역의 조정석은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시절까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극에 생동감과 웃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첫 공연이어서 긴장했을까. 에디와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되는 성인 연기에선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난조를 보였다.

연출도 마찬가지다. 연출을 맡은 글렌 월포드는 중후반까진 촘촘하고 세밀한 연출과 창조적인 무대 활용, 라이브 연주 등으로 공연장을 빈틈없이 채웠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극적 긴장감과 밀도가 느슨해졌다. 공연의 감동을 원작의 명성에 걸맞은 기대치까지 높이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다. 9월14일까지, 5만5000~11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