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오징어와 친구들' 오징어와 해물요리의 환상 조합…월 매출 4500만원
서울 하월곡동의 이정수 사장(33·사진)이 운영하는 ‘오징어와 친구들’은 장사가 망해 비어 있던 점포를 인수해 성공한 경우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오픈한 이곳은 원래 순댓국집이었다. 인근 식당들과 경쟁이 워낙 심한 업종이어서 문을 닫는 바람에 7개월간 비었던 83㎡(약 25평) 규모의 매장에 이 사장은 8000만원을 투자해 개업했다.

아파트가 많은 동네상권이지만 매출과 수익은 도심 상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이 점포는 매일 150명 안팎의 손님들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 평균 150만원의 매출을 기록, 한 달 매출이 4500만원에 육박한다. 인건비와 월세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한 달 순익은 1200만원 정도다. 매장 내부와 외부에 12개 테이블을 놓아 만석이면 48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가게를 오픈한 후 하루도 쉬지 못했지만 이 사장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테이크아웃 매출 비중이 15% 정도 돼서 큰 도움이 되고요, 배달도 생각해봤지만 너무 바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동네상권에서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오징어의 대중성과 맛으로 돌렸다. 오징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가격에 부담이 없는 서민적인 웰빙 식품이란 설명이다. 그는 4년간의 증권사 생활을 그만두고, 외식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무슨 업종이 좋을까 고민에 빠졌다.

“삼겹살이나 국밥 등 식사를 중심으로 하는 메뉴는 너무 흔하잖아요. 오징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 드물고 수익성도 높다고 판단해 오징어전문점을 선택한 거죠.”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인근에 횟집, 고깃집 등이 즐비하지만 모두 식사를 중심으로 하는 밥집이고 오징어를 주 메뉴로 하는 포차 형태의 주점이 유일해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산오징어회다. 매일 아침 산지에서 직송해온 신선한 오징어를 산 채로 회를 뜨기 때문에 담백하고 쫄깃해 소주 안주로 인기다. 산오징어에 야채와 함께 얼음을 띄워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물회와 오징어를 통째로 찜해 만든 통찜도 잘나간다. 여성들은 상큼하고 매콤한 산오징어무침과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도 즐겨 찾는다. 산오징어회, 통찜, 광어회가 각각 1만5000원이며 물회가 1만8000원으로 모든 메뉴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 사장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조리다. 이전에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 주방 경험과 조리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징어 껍질을 벗기는 탈피기와 자동으로 오징어 회를 썰어주는 세절기가 있어 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오징어는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데, 본사가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오징어를 매일 아침 납품해주기 때문에 상품 조달은 무난한 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02)943-7770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