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애슈턴 벨킨 청정기술부문 사장(오른쪽)과 강성모 KAIST 총장이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4’에서 사물인터넷(IoT)시대의 창의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케빈 애슈턴 벨킨 청정기술부문 사장(오른쪽)과 강성모 KAIST 총장이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4’에서 사물인터넷(IoT)시대의 창의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올바른 답 하나만 찾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찾는 법이죠. 그게 사물인터넷(IoT) 시대 교육입니다.”

IoT 개념의 창시자인 케빈 애슈턴 벨킨 청정기술부문 사장(46)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주최한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4’에 기조연사로 나서 IoT 시대로의 변화를 강조하고 이에 맞는 교육 철학을 제시했다.

이어 강성모 KAIST 총장과의 대담을 통해 IoT 시대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조언했다. 애슈턴 사장은 “컴퓨터는 점점 작아져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할 것”이라며 “이 컴퓨터들이 센서를 통해 모으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맞는 답’ 하나를 찾는 능력보다 문제를 직접 제시하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애슈턴 사장은 1990년대 후반 미국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갬블(P&G)’에서 일하며 IoT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재고 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전자태그(RFID)를 모든 물건에 부착한 것이 시초가 됐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IoT는 헬스케어·커머스·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 시작하며 삶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그는 “IoT는 필연적인 네트워크의 미래”라며 “선택의 문제나 일시적 유행이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지금까지의 컴퓨터 진화 과정을 들었다. 1950년대에 쓰인 최초의 범용 컴퓨터 에니악(ENIAC)은 1만8000개의 진공관으로 작동하며 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 1977년 등장한 애플Ⅱ는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모두가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애슈턴 사장은 “이제는 안경, 스마트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까지 나온다”며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 배터리 성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쿠미의 법칙’ 등을 기반으로 컴퓨터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IoT 시대에는 맞는 답 하나를 찾는 것보다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애슈턴 사장은 “이 시대에는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 있는 대답이 있을 뿐”이라며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수학 교육만 봐도 지난 100여년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천편일률적으로 방정식만 가르치는 대신 데이터 분석의 원리를 파악하는 알고리즘, 기계학습, 확률론 등 전반적인 ‘데이터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슈턴 사장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능성을 찾는 분석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수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애슈턴 사장은 “맞다, 틀리다는 개념을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며 “여러 분야에서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만들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oT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슈턴 사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등의 몰락을 봐서도 알 수 있듯 기술의 대변혁기에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IoT가 상용화된 미래에 글로벌 기업 지도는 지금과 사뭇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애슈턴 사장은 “한국의 삼성전자도 이름 없던 시절이 있었다”며 “모든 글로벌 기업들은 무명 시절을 기억하고 자만심을 버려야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한 가지 제품에 특화된 작은 기업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가전제품 원격제어 플랫폼 ‘위모’, 구글에 인수된 미국 벤처기업 ‘네스트랩스’의 자동온도조절장치, 헬스케어 스마트밴드 ‘핏비트’ 등을 예로 들며 “IoT의 기회는 널려 있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뛰어들어 최고가 될 수 있다”며 “상사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안 된다’고 하면 회사를 버리고 나와 창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IoT보다 인공지능(AI) 상용화 시대는 상대적으로 늦게 올 것으로 전망했다. 강 총장과 함께 최근 개봉한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영화 ‘그녀(Her)’에 대해 대화를 나눈 애슈턴 사장은 “최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슈퍼컴퓨터 ‘유진’도 등장했지만 지능이라는 것은 하나에 특화된 ‘스킬’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AI가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인문학부에서 스칸디나비아학을 연구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슈턴 사장은 “관심 있는 분야와 주제라면 미리 겁먹지 말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는 시도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조언했다.

■ 스트롱코리아

한국경제신문이 12년째 이어가고 있는 과학기술강국 캠페인.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궁극적 목표다. 스트롱(STRONG)이란 말엔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연구와 혁신(research & renovation)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이란 목표(our national goal)를 실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