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정부는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달 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최종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은 오는 9월 말. 쌀 시장 개방은 농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인 만큼 농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의 동의도 필요하다.

○관세율부터 공개해야

[새 경제팀, 경제 적폐부터 없애라] 20일 '쌀 시장 개방' 공청회…농민·정치권 설득 과제
정부는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쌀 관세화를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지역순회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20일엔 경기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공청회를 연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이번에 또다시 쌀 시장 개방을 미룰 경우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을 집중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설득 과정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일부 농민단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농민 표를 의식한 여야 정치인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불확실하다. 게다가 총리 인선 등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7월 재보선 등을 앞두고 여야 간 대결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예정대로 이달 중 쌀 관세화를 선언하는 일정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개방의 대전제인 관세율 공개를 꺼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정하는 관세율은 향후 WTO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미리 공개할 경우 나중에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율에 대한 설명 없이 농가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은 “이달 말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관세율을 얼마로 책정해 쌀 농가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리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성장전략 새로 짜라

‘최경환 경제팀’으로선 출범 단계부터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모든 통상 현안을 철저하게 국익 중심으로 다루는 정책적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가 절정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은 “초기에 어정쩡하게 대처하다간 ‘소고기 파동’처럼 불필요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 쌀 관세화 입장을 발표하면서 ‘쌀 산업 발전대책안’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의무수입물량으로 들어오는 수입쌀을 국산쌀과 혼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을 개정하는 한편 쌀 직불제 등을 보완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 농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런 대비 없이 한·중 FTA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타결되면 국내 농산품은 값싼 중국산과 고품질의 일본산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